교육의눈
이제 국가나 국경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나 국민만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부(富)를 창출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열었다는 보도이다. 그 만큼 경제가 성장했다는 애기가 될 수도 있으니 당연히 좋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기사내용을 보고 웃어야 할 지, 아니면 울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금년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미성년자들이 어학연수 또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기 위하여 해외로 나가는 수효가 1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불원간 국내 학교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에 적(籍)을 올려놓은 사람 치고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며 '교육이란 변화를 기본 가치로 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왜 우리나라 교육기관 즉 학교가 다수의 국민들은 물론 심지어 국력이 낮은 동남아국가들로부터 온 외국인들까지 기피의 대상이 되었는지 40여 성상을 오로지 초등교육에 몸담으면서 '가르치는 일'과 '교단 지원'에 혼신의 힘을 쏟은 교육 은퇴자로서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허울 좋은 특정 교육이념에 사로잡힌 일부 교사들과 '될수록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기존 교육관행과 상식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선생님들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이 '혼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굴지의 모기업 총수가 '부인과 자식만 놔두고 모두 바꾸지 않으면 이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구(警句)가 참으로 선견지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사실 '가르치는 일'이 마음먹기에 따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배운 대로 행 한다'는 존 듀이의 말처럼 교직을 단순한 직종으로서 아이들 교육행위에 임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가르치는 일'을 성직으로 알고 선배교사들이 행하는 교수기술이나 기법보다 한 차원 높은 기법을 창출하여 개성 있는 학습지도 내지 학급경영을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선생님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즉 교사가 어떤 자세와 신념으로 아이들을 대하는가에 따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신뢰는 극과 극의 차이가 나타남을 교육수요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교육은 혼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이를 입증한다.
또 교내장학 또는 학교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위치의 소위 학교 관리자들은 집단지(集團智)를 모우는 이른바 민주적 의사결정 능력이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왕국'이라고 불리던 60~70년대는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것이 교직사회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오랫동안 이런 조직풍토 속에서 생활해 온 작금의 학교CEO 중에는 학교관리의 효율을 강조하여 집단의견 수렴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교단의 교육과정운영을 지원하는 교장, 교감의 장학 및 학교경영 스타일은 매우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교육의 본질과 교사들의 교육 실천 의지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체이다.
한 사람의 식견과 관(觀)이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집단 조직 내에서 상호이해를 통한 협조 없이는 조직에 무리가 오거나 아니면 강제성을 띄게 되어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인기영합에 편승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설령 한 사람의 의견이 대다수 직원들에게 수용되었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교육적 가치가 결여된 것이라면 한낱 '포퓰리즘'일 뿐이다.
교육자들은 항상 '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고 원칙이 없는 교육실천이 되어서도 곤란하지만 더 유의해야 할 것은 기존 교육관행 또는 상식에 안주하려는 행태는 교육자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후대의 '홀로서기'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스럽지 못함을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김청규 전 인천부마초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