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의 납품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퇴근시간은 보통 밤 11시가 훌쩍 넘어간다.
권부장의 주요 일과는 협력업체들에 부품 공급을 원활히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이들 업체의 현금지급요구를 달래는 것.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협력업체와 그 동안 맺은 관계에 호소하며 부품의 적기납품을 설득하고 있으나 업체들의 상황도 어려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음 할인 조차 받지 못하는 협력업체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 아니지만 현금이나 보증을 요구하며 납품을 거부할 때면 야속한 마음과 함께 자괴감마저 듭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대우자동차는 망하지 않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루에도 수 백번씩 하고 있다는 그는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을 살리겠다면서 자금지원을 외면하는 데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최소한 공장가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580여명의 구매담당 직원들은 1만개가 넘는 자동차부품 가운데 단 몇개라도 적기 조달이 안되면 조업에 차질을 빚게 될까봐 매일 협력업체 직원들과 은행을 찾아다니며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부도가 날까봐 매일 야근을 하며 동향을 점검하는 등 피를 말리는 구매 전쟁을 하고 있는 것.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최근 내수 및 수출 호조로 주·야 2교대 근무에 들어 갔으나 일주일도 못가 야간 조업을 단축해야만 했다.
주로 대기업들이 공급하는 철판 타이어 시트 등 핵심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경우 평소 물량의 50%정도밖에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엔진 등 주요 부품도 은행들의 수입신용장개설 기피로 구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우자 부평공장은 지난달 부품 조달이 안돼 4천5백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어 8월중 수출용 차량을 제대로 선적조차 하지 못했다.
『차 한 대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이 발버둥을 치고 있으나 사정은 갈수록 나빠만 지고 있어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일주일을 넘기기가 힘들겁니다.』
타이어가 없어 다른 차 타이어를 일단 끼운 뒤 다시 교체하는 이중 작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산자부 금감위를 포함한 정부 각 부처와 채권단 등 여기저기서 매일 자료만 요청할 뿐 정작 공장 가동에 필요한 대책은 나 몰라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달에 완성차 5만대, 조립 부품 1만5천대 등 모두 6만5천대 수출 계획이 있으나 현재로선 얼마나 수출이 가능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난 79년 대우에 입사해 20여년 동안 주로 구매 업무를 담당해 온 권부장의 한숨섞인 목소리다.
〈양순열기자〉 pmyang@inchonnews.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