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행정 … 지시사항 봇물
질책 모면위해 직언 꺼려
김문수 경기지사가 취임이후 도정역점사업은 물론 자질구레한 사업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지시사항을 쏟아내 자율도정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도정발전에 필요한 부분인데도 질책을 받지 않기 위해 직언을 꺼리는 등 보신행정이 만연하고 있다.
14일 경기도와 도청 직원들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해 7월 이후 각종 간부회의나 주요사업에 대한 실무자 보고시 계장, 주사 등이 챙겨야 할 사항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길어지고, 일거리가 천청부지로 늘어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이후 매달 2회 개최되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실·국의 주요사업 관리나 근무행태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각종 지시사항을 쏟아내고 있다.
지시사항이 많다보니 아침 8시 시작한 회의가 11시 가까이 되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확대간부회의가 끝나면 각 실·국에서는 지사 지시사항을 챙기기 위해 상당수 직원이 밤늦게 까지 일을 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의 한 관계자는 "국·과장 선에서 처리가능한 사항도 지사가 일일이 지시를 하는 바람에 후속 일처리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며 "후속조치도 타당성 등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 많은데도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 자료를 내놓으라고 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일부 사업들은 이미 올해 예산검토과정에서 사업필요성이 인정됐는데도 지사보고시 사업재검토 요구가 내려와 해명에 진땀을 뺀 부서까지 있는 상황이다.
김 지사가 사업존폐론을 거론하며 강하게 질책을 했던 경기도 산하기관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김 지사는 지난 10일 산하단체장회의를 개최하면서 '산하기관의 기강이 해이해져 있다'고 질책하고 '시장원리인 성과급제를 도입해 기관의 존폐를 결정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지사 방침에 따라 오지 않는 산하기관장에 대해선 가차없는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김 지사는 각 기관별로 2~3개씩, 모두 수십가지의 개선사항을 시달했다. 경기지방공사 명칭개명, 평택 마린센터 층수조정 등이 개선사항으로 지적됐으며 마린센터는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면적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같이 김 지사의 절차를 무시한 빨리빨리 행정이 가속화되면서 자칫 도정이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예산만 낭비하는 사례가 생겨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현권기자 blog.itimes.co.kr/j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