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손도 내밀지 못한 채 권총을 지켜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다간 재빠르게 이상룡 대위의 눈동자를 훔쳐보았다. 사람을 쏘아보는 강한 시선이 간담을 써늘하게 했으나 권총을 뽑아 자신을 쏘아 죽일 만큼 흉악해 보이지는 않았다. 인구는 그때서야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했다.

 『정말 잘 왔소. 귀순을 환영합니다!』

 이상룡 대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곁에 우우 둘러서 있던 소대장 이하 여러 병사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고 인사를 했다. 인구는 그때서야 금방 어디로 끌려갈 것 같은 공포감에서 벗어나며 답례를 했다.

 『고맙습네다.』

 여러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환영인사를 받고 있을 때였다. 막사 밖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초병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막사가 떠나갈 듯 경례를 부쳤다.

 『충성!』

 중대장이 경례를 받은 뒤 물었다.

 『무슨 일인가?』

 인구는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겁에 질린 눈으로 벌벌 떨며 초병을 지켜보았다.

 『조금 전 소대장님께서 요청한 앰뷸런스가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 소지품 챙겨 곧 나갈 테니까 대기하라고 해.』

 초병이 다시 경례를 부치고 나갔다. 인구는 신장이 자기보다 한 뼘 이상이나 더 큰 국군병사들의 우람한 체격에 짓눌려 자신도 모르게 벌벌 떨고 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우선은 정신을 차리자 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어도 물이 스미듯 밀려오는 공포감과 두려움을 정신력으로는 뿌리칠 수 없었다. 보기가 딱한 듯 곁에 서 있던 중대장이 다가와 꽉 껴안아주며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여긴 안심해도 괜찮은 곳이오. 마음을 놓으시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과 국군 장병들은 진심으로 곽인구 하사의 용기 있는 결단과 귀순을 환영할 것이오. 다소 분위기가 서먹서먹하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마음을 진정하시오. 여기 있는 장병들은 모두 당신을 도와줄 사람들이지 결코 해코지 할 사람은 없소.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사선을 넘어올 때처럼 용기를 가지시오.』

 중대장이 그렇게 말해도 인구는 너무 두렵고 떨려서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고맙습네다, 국방군 중대장 동지!』

 중대장은 떨고 있는 인구의 손을 꼭 잡아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계속했다.

 『아, 그리고 조금 전에 부른 앰뷸런스는 당신 안색이 너무 창백해 보여 먼저 건강진단부터 받아보자는 뜻에서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소. 그러니까 다른 생각 말고 조금만 앉아 기다리시오. 지금 사단장님과 연대장님 이하 사단 주요 간부들이 당신 환영해 주겠다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니까 그 분들 도착하시면 인사 드린 후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건강진단부터 받아봅시다….』

 인구는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이는 듯 눈물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