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仁久의 고향(265)

남쪽으로 가는 길(30)

 인구는 넋을 잃은 채 붉게 타오르는 동녘 하늘을 지켜보다 입안에

무언가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혀끝으로 밀어내어 손등으로 씩

문질렀다. 반 토막 난 불개미의 몸통이 묻어 나왔고, 모래를 씹었을

때처럼 입안이 계속 서걱거렸다.

 내가 언제 개미를 잡아먹었나…입안에서 웬 개미가 씹혀 나오지?

 인구는 그때서야 번쩍 정신이 들면서 오스스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북쪽에서 자신을 잡으러 오는 수색병들을 피해 죽으나 사나 남쪽으로

내려가야 할 몸이 입안에 개미가 들어가 요동을 쳐도 모를 만큼

곯아떨어져 태평스럽게 자고 있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곰곰 생각할수록 자기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입을 떠억 벌리고

잘 때 공화국의 수색대원들이 뒤따라와 단도로 소리 안 나게 찔러

죽이거나 입을 틀어막아 업어갔으면 자기 자신이 어떻게 되었을까?

영락없이 조국과 민족을 배신한 변절자가 되어 총살되었을 것이 아닌가?

 와 길케 대책 없는 짓을 했을까?

 인구는 으스스 몸이 떨려오는 전율을 느끼며 남으로 내려갈 채비를

서둘렀다. 잠들기 전 바로 눈앞에서 찰방거리던 흙탕물은 그새 어디로

흘러 가버리고 갈대와 수풀이 우거진 논벌과 구릉지대가 아스라이

전개되었다. 아직도 군데군데 물이 덜 빠진 곳도 많았으나 사람이 다니던

길은 어렴풋이 보였다.

 인구는 비무장지대 갈대밭 사이로 드러나는 길을 따라 30분 가량

조심조심 걸었다. 찰방찰방 발목이 잠기던 저지대의 논벌을 벗어나니까

각종 활엽수와 수풀이 우거진 관목 숲이 나타났다.

 인구는 관목 숲 속에 얼른 몸을 숨기며 길게 숨을 한번 내쉬었다.

목젖까지 차 오른 급한 숨결이 편안해지면서 저절로 가슴이 쫙 펴지는 것

같았다.

 휴, 이젠 구부려 걸을 필욘 없갔지….

 인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여태까지는 북쪽

저격병들이 쏠지도 모를 총탄이 두려워 허리를 구부려 갈대밭 속을

기어오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구릉지대로

들어왔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거기다 무성한 관목

숲이 시야마저 가려 주니까 북쪽의 저격병이 중앙분계선까지 다가왔다

해도 총을 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구는 땀을 훔치느라 내려놓은 소총과

벗은 우의를 집어들고 다시 남쪽을 향해 걸었다.

 그러고 한 이십 분이나 걸었을까?

 그가 서 있는 전방 숲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인구는

걸음을 멈춘 채 그 소리의 끝을 추적했다. 그의 발자국 소리와 겹쳐

정확히 듣지는 못했으나 그 소리는 분명 노루나 멧돼지 같은 야생

동물들이 그가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어디론가 달아나는 발자국

소리는 아닌 듯했다.

 누군가가 숲 속 어디쯤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