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예산심의권 무시당했다
시흥시의회가 시 집행부가 상정한 2006년도 제2회 추가경정 예산 심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가 특정 사업을 미리 완료한 후 뒤늦게 관련 예산을 편성해 심의를 올린 사실이 드러나 시의회의 고유권한인 예산심의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2일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수 천만원을 들여 청내 구내식당 전체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지난달 공사를 발주, 식당 실내에 대한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는 공사를 벌여 지난 추석 전 사실상 공사를 완공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올해 해당 사업 예산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을 먼저 추진한 뒤 뒤늦게 사업비 확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구내식당 리모델링 공사비 5천500만원과 천장형 냉난방기(5기) 설치비(2천만원)를 비롯, 리모델링에 따른 새 집기(탁자와 의자) 구입비(4천500만원) 등 총 1억2천만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결국 시는 예산집행의 정도(正道)를 정면으로 뒤집는 '선집행 후심의'식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시의회의 고유 권능인 예산 심의권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 꼴이 됐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러한 시 집행부의 잘못된 예산편성과 운용에 대해 질타와 시정 요청보다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를 '집행부 거수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시의회는 지난 19일 해당 상임위인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을 심의해 일부 예산(공사비)를 승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의회의 예산심의권은 시 집행부가 벌이는 각종 사업과 관련해 불거질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조정하는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러한 제도적 기능이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의회 스스로 거수기 노릇을 해 이러한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시흥=김신섭기자 blog.itimes.co.kr/s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