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도서실을 만든다고 책을 가져 오란다. 한 학생에 한권씩 의무적이니 계산대로라면 상당량이다. 그러나 마땅한 책이 없어 퇴색한 헌책을 마지못해 가져 가거나 책값으로 대신한다. 이런 성의없는 책모으기로 학교도서실이 제대로 꾸며질리 만무하다. 헌책 몇권으로 서가는 채워지지 않고 역시 햇볕도 들지않는 창고속에서 곰팡이가 피든지 그렇지 않으면 몇백권 정도가 형식적으로 분류 비치되어 있을 뿐이다.

 수십년전 학교도서실이 그랬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라살림이 여유로워졌다는 오늘에도 달라지지 않은 이름뿐의 도서실이다. 여전히 헌책들이요 읽을만한 책이 없다. 다만 관심있는 몇몇 교사들이 도서실의 재건을 추진하다가도 결국은 힘에 부쳐 결실없이 중단되기를 반복할 따름이다.

 지금 타지역 보다 교실난이 극심하다는 지역이니 인천의 학교도서실은 기대하기가 난감하겠다. 실제로 교내도서관은 말할 것도 없고 도서실 조차 없는 학교가 전체학교의 25.4%나 된다고 한다. 독립된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8개교뿐으로 모두 고등학교이며 사서직의 배치는 6개교뿐이란다.

 여기에다 98년도의 인천시내 학교당 연간 평균 도서구입비도 14만7천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의 책값을 보면 대개 권당 1만원 내외이다. 그러니 한달에 겨우 한권을 살까 말까 할 금액이요 구입비 책정은 다만 장부상의 항목이기 쉽다. 하기는 모범적으로 도서실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2천5백권을 확보하고 하루 평균 100여명이 이용한다는 학교가 있고 학부모의 도움으로 방학 동안에 도서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도대체 배움의 전당이라 할 학교에 도서실이 없고 읽을 책이 없다는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학교도서실의 도서구입 예산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학교도서실에 도서를 구비하고 사서직을 확보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훗날 성장하여 학교도서실에서 읽은 책이 교훈적이었다는 추억 조차 간직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개학과 함께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