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6일 째에 접어든 22일(현지 시각) 밤 현재, 총 20편의 경쟁작 중 11편이 공식 상영되거나 프레스 스크리닝을 통해 선보였다. 스크린 인터네셔널의 10인 평가단의 평가에 따르면, 평점이 발표된 8편 중 알모도바르의 ‘귀향’이 평균 평점 3.4를 받으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알모도바르 특유의 반전적·충격적 ‘비밀’을 축으로 펼쳐지는 감동의 여성 3대 이야기.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그녀에게’를 거치며 더욱 원숙해진 감독의 삶을 향한 화해의 손길이 더욱 강렬해진 전형적 ‘여성 영화’다. 특히 여주인공 라이문다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은 가히 치명적이다.
 그래서인지 흔치 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프레스 스크리닝을 겸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의 상영은 물론 상영 직후 이뤄진 기자 회견장을 에워쌌다. 따라서 아직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지 못한 이 공인된 거장이 과연 그 영예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귀향’에 이어 누리 빌제 체일란-전작 ‘우작’(Uzak)으로 2003년 칸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안은 바 있다-의 ‘기후’(Iklimler)가 스크린 평점 2.8을 얻으며 호평 대열에 합류했다. 감독 부부가 직접 연기한 어느 중년 부부의 위기·파국을 섬세한 기후 변화에 빗대어 그린 관계의 드라마. 특히 스크린은 HD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한 이 “복합적이면서도 미묘한”영화를 극찬하며 별 4개 만점을 부여했다.
 아직 평점이 나오진 않았지만, 핀란드의 영화영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황혼의 빛’ 또한 상기 두 작품에 버금가는 호평을 받을 게 틀림없다. 가히 ‘악마적’이라 할 법한 한 여인에 속아 자신의 직업은 물론 자유, 꿈 모든 걸 빼앗기는, 지독히도 고독한 어느 사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 감독은 특유의 유머 넘치는 스타일을 견지하면서도 주인공이 겪는 절대 고독, 절망, 그러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또 다른 여인에 의해 존재하는 한가닥 희망을 섬뜩한 리얼리즘적 터치로 구현했다.
 경쟁작 중 유일한 황금 카메라상(신인 감독상) 후보작인 영국 안드레아 아널드 감독의 ‘레드 로드’와, 켄 로치 감독의 ‘보리를 흔드는 바람’이 각각 2.5와 2.4로 ‘귀향’과 ‘기후’의 뒤를 잇고 있다. 다크 호스 ‘레드 로드’는 복수와 화해, 구원이라는 주제를 알프레드 히치콕과 다르넨 형제(‘차일드’), 미하엘 하네케(‘히든’), 그리고 라스 폰 트리에로 대변되는 도그마 스타일 등을 뒤섞은 절충적이면서도 개성적 스타일로 극화한, 단연 주목할 만한 데뷔작이다. 영화는 하드 코어 포르노그래피에 버금가는 후반부의 오럴 섹스(커닐링거스)로 올 칸의 센세이션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반면, 개인적으로 상기 그 어느 작품 못잖게 매료된 중국 로우 예 감독의 ‘여름 궁전’은 평균 평점 2.0으로 8편 평균 치 2.16-작년 총 평균 치 역시 2.16이었다-을 믿도는 저조한 평가를 받는데 그쳤다. 프랑스 니콜 가르시아의 ‘찰리에 의하면’과 미국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패스트 푸드 네이션’, 그리고 데뷔작 ‘도니 다코’로 일약 주목할 만한 신예로 부상한 미국 리차드 켈리의 기대작 ‘사우스랜드 테일즈’는 각각 1.5와 1.55. 1.1을 받으며, “유럽의 강세, 미국의 선전”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말이다.
 올 칸은 여느 해와는 다른 결정·행보로 남다른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한데, 21일 오전 영화제 운영위원회가 정기이사회를 개최해 한국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명하기로 20인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그밖에도 21일 정오엔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통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함으로써,심사위원장 왕가위에게 ‘기사’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당신의 천재성은 당신을 사로잡은 그 도시 홍콩의 색깔과 향기, 소리로 전 세계 스크린을 빛나게 했다”는 것이 장관의 시상의 변이었다.
 한편, 20일 오전 11시와, 21일 밤 11시 반에 정식 선보인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주목할 만한 시선)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비교적 우호적 반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전찬일(영화 평론가/숙명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