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좋으나 현실에 맞지않아 문제가 많은 것」을 대라면 수없이

많겠지만 요즘 교육계에서는 「수행평가」를 첫번째로 꼽는다. 수행평가란

학생이 학습과제를 해나가는 과정과 결과를 근거로 학생의 지식이나 기능,

태도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실험 및 관찰보고서 평가, 토의과정 평가,

논술 및 서술형 평가, 실기평가 등이 해당된다.

 암기 위주의 시험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등 학습의 전

과정을 평가하는 좋은 취지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학기 동안의

수행평가를 겪고 난 교사들이나 학생·학부모는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지난 15일 진행된 KBS 「길종섭의 쟁점토론」에서의 전화여론조사 결과도

수행평가 보류의 입장이 90%인 반면 단 10%만이 문제점을 고쳐가며

수행평가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수행평가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이유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 교사와 학생 모두가 힘들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한 사람이

평균 500명 내외의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교사는 24학급 1천80여명의 수행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 학습과정을 평가하기는 커녕 이름 외우는 것도 힘들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수업시간으로는 부족하여 과제물로 평가를 하는데

제대로 읽어보는 것조차 어려워 한다』고 털어놓는다. 또 학생들은

과목마다 주어지는 「정보를 찾고 가공해야 하는」 생소한 과제에

시달리게 되었고, 학부모들도 수행평가 뒷바라지에 매달리게 되었다.

 수행평가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높지만 수행평가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는 긍정적이라는 저변의 여론도 적지 않다. 인천여공고의

이강련 교사(44·연구부장)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료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는 문제해결 능력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모둠끼리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제를 통해 학생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나누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전한다. 교사들은

수행평가가 시행된 후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좋아졌다고 하고, 평가중에

나타나는 학생들의 「톡톡 튀는」 생각에 교사도 공부가 된다고 한다.

 광성고등학교의 백인식 교사(39·수학)는 수행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수행평가가 힘들다고 해서

결과만을 평가하는 옛날 방법이 좋은 것은 아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렵더라도 좋은 뜻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행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길은 현실에 맞는 것부터 시작하고,

현실을 조금씩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강련 교사는

『획일적으로 몇% 이상 반영하라고 지시해서는 안된다. 여유있는

교과부터 한두가지라도 시작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다.

 학생들을 위한 배려도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오후 6시만

되면 도서열람이 어렵다. 학교 도서관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컴퓨터 통신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난감할 때가 많다. 수행평가와 함께

학생들이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년별 협의회 등을 활용하여 교과간의 중복을 피하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게 조정해야 한다.

 수행평가 시행 6개월. 불만의 소리도 높고 유보 여론도 많다. 내용은

좋지만 실적위주의 탁상행정이 빚어낸 결과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의

질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영성·교육연대〉 forcham@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