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수출을 계속적으로 늘리고 무역흑자기조를 다져놓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교역조건 지수가 1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향수 무역흑자기조에 먹구름을 드리우지 않을까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를 불안하게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작년의 절반수준인 2백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우려했던 대로 예상한 결과가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무협이 이처럼 무역흑자 전망을 수정한 것에 대해 국내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지고 원화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다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폭도 점차 커지면서 수입액이 당초보다 1백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회복에 따라 소비재 수입도 크게 늘어나는 등 거의 전품목에서 수입증가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위축되었던 소비가 되살아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건전한 소비가 아닌 과소비가 지나치게 확산되어 또다시 외환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제수지야 말로 경제의 핵심이다. 이게 악화되면 나라살림도 견디기 어렵다. 외자를 유치하려 해도 국제수지가 나빠지면 할 수 없다. 경제를 살리려는 의욕이 있어도 나라가 빚에 몰리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해외차입이 잘 안되고 상황 압력을 받아 달러부족사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지금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이 그런 모습이다. 우리는 한때는 그 전력이 있었고 급기야는 외채 망국론이 나라일을 떠들석하게 했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라 하더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최근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해외 항공편이 거의 매진되다 시피 한다고도 한다. 해외여행이나 소비 자체를 나무라자는 것이 아니라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취약점이 여전한데 벌써 「자기 만족」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외국언론이 꼬집고 있다. 과잉소비를 자제하는 정책 노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