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29)

 『도시경영과에 복무하는 제 삼촌이 페니실린을 다섯 병 구해 주어서 늑막염 증세는 넘긴 것 같은데 갈비뼈가 다 아물어 붙을 때까지 기다려봐야겠지요. 요사이는 온 전신이 아프다고 해서 걱정입네다.』

 송기수 농장원은 아픈 마음을 사위듯 술부터 한 잔 마셨다. 농장일과 집안 우환에 시달리느라 그의 얼굴은 이 며칠 사이 몰라볼 만큼 초췌해져 있었다. 당비서가 아들 걱정을 하고 있는 송기수 농장원을 위로했다.

 『기거, 두들겨 맞아 온 몸이 어혈 들어 그런데 곰열(웅담)을 구해다 먹여 보라. 속골병 든 어혈 푸는데는 곰열보다 좋은 약이 없네.』

 당비서가 송기수 농장원에게 술잔을 넘기며 말했다. 송기수 농장원은 당비서가 부어주는 술마저 단숨에 들이키며 한숨을 쉬었다.

 『여러 사람한테 곰열이 좋다는 말은 누차 들었는데 그 귀한 곰열을 구할 수가 있어야디…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뼈가 다 아물어 집에 오면 곰열을 좀 먹여보고 싶은데 어디 가야 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요. 비서 동지?』

 송기수 농장원은 당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식 병간호 때문에 애간장이 타는 얼굴이었다.

 『내가 여기저기 수소문해 알아볼 테니까니 오늘밤은 술이나 마시자우. 어느 집 할 것 없이 막내가 애물덩어리라 요사이 송아바이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갔서 그랴.』

 당비서가 끌끌 혀를 차며 송기수 농장원을 잠시 지켜봤다. 애타는 속마음을 사위듯 두어 잔 거푸 술을 마셔대던 송기수 농장원이 당비서에게 잔을 건네며 아픈 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시절이 왜 이러케 수상해지는지… 요사이는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영호 놈 혼사 앞두고 이 무슨 불길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당비서가 송기수 농장원이 부어주는 술을 받으며 사관장의 소식을 물었다.

 『그러기도 하겠지. 영호 그 아이는 혼인날 받았는가?』

 『이 와중에 그럴만한 겨를이 있어야디. 이 달 말 제대하고 나오면 받으려고 하니까니 곰열(웅담)이나 한번 알아봐 달라요. 한창 힘쓰며 설칠 막내아이가 수족도 제대로 못쓰고 끙끙 앓아대는 모습을 보면 부아가 치밀기도 하고….』

 당비서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로서아에 림업노동 나간 동무들이 이따금씩 곰열을 가지고 들어오는 걸 봤는데… 군 행정경제위원회에 복무하는 자네 아우한테 물어 보라. 근간에 로서아에 나갔다 들어온 동무가 누군가?』

 『옳아! 거기 부탁해 알아보도록 하는 게 빠르겠구나… 아무튼 고마우이.』

 송기수 농장원은 그때서야 가슴속의 근심이 풀리는 표정이었다. 그는 밤이 깊어가는 것도 잊은 채 옆 사람과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모내기전투에 시달린 몸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