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 모임>인천대 경영대학원 ICU산악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비용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경제계가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고용의 유연성을 거론하는 건 그 연장선이죠, 여기저기 모두들 힘들다고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입장을 다 들어주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법안도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근로조건의 불합리한 차별이나 파견근로 등 비정규직 남용 문제를 줄이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관련 규제도 강화했구요.”
 “카드빚·소외계층 증가·빈부격차 확대 등은 모두 상시적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함께 사는 사회’를 큰 덕목이라고 하면서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차별대우하고 비정규직 업종을 확대하는 일은 분명 잘못된 것 아닐까요?”
 대화 내용만 들어보면 근엄한 표정의 양복신사와 비장한 얼굴의 노조 위원장이 마주 앉아 있는 노·사·정 회의가 떠오른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은 시립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ICU 산악회’(회장 오원복) 회원들이 매 달 두 번씩 산행을 가면서 몸을 싣는 새벽녘 버스안에서 접하게 되는 풍경중 하나다.
 혈기왕성한 20대의 청년부터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 열중할 중년층, 이제는 안정적 기반을 잡은 장년층의 어른까지.
 건설사 대표와 전 한국통신 노조위원장, 공무원과 선생님, 공인중계사, 법무사·세무사·회계사 등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면면과 이력의 소유자들이 모인 공동체가 바로 ICU 산악회다.
 지난 6월 대학원을 함께 다니고 있다는 공통점 하나로 50여명이 모여 시작한 이 모임은 출범 몇 달만에 벌써 회원수 200여명을 육박할 정도로 원우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고경영자 과정, 중국 통상 고위관리자 과정, 혁신원 부동산 고위관리자 과정 등으로 분리돼 있는 경영대학원 3개 과정 원생들 사이에 과정별·기수별로 형성돼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서자’는 것이 산악회 결성의 취지다.
 학원생활의 벽을 넘어서기 위한 방편이 ‘산을 타는 모임’으로 구체화된 것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연령층이나 사회적 위치가 각양각색인 만큼 이들의 산행과 모임에서는 자연스레 그 때 그 때의 시국현안이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거리가 화제로 등장한다.
 이들의 ‘소(小) 노·사·정(勞·使·政) 회의’도 구성원들 각자가 계층·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교환하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타협’의 학습장이기도 할 것이란 점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비슷한 사회적 지위나 연관성 있는 사업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간에는 관련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극대화할 수 있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보태진다.
 뿐만 아니다. 현재 이들은 산행 때마다 인천대학교 마크와 명의가 찍힌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지참하고 쓰레기를 수거해 내려오는 등 산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자발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임과 관계는 이런 ‘무거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심장이 약해 마흔이 넘도록 산꼭대기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곱씹으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회원 백은옥씨.
 백씨는 아무래도 마음이 급하기 마련인 당일치기 산행 때마다 속도를 맞춰주며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준 이 학교 친구들 덕에 드디어 지난 10월 생애 처음으로 정상을 밟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모임이긴 해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끈끈한 유대의식이 있기에 당당한 이들의 포부는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 을 것만 같다.
 산악회 김호선 총무(52·한국통신 인천지사 고객상담실장)는 “자연속에서 길러지는 호연지기와 끈끈한 인간적 관계들이 구성원 각자의 사회생활에 커다란 자양분이 되고 있다”며 “학교라는 공동체로 맺은 인연에서 얻은 이 양분을 어떻게 학교와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 송영휘기자@incheo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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