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에 바라는 각계의 바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기 정체성 확립’이다.
 인천시 산하 여타 공사나 공단이 보여주듯 시에 좌지우지되는 산하기구에 머물지 않길 기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재단을 둘러싼 각종 이익단체들로부터 독립도 주문하고 있다.
 지난 6년간 기금 출연문제나,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간의 갈등도 바로 ‘문화재단의 독립적 운영 보장’에서 비롯된 일이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민간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민간주도의 문화재단이 돼야 하는 과제도 제기됐다.
 단기간 성과를 얻기 위한 이벤트성 사업 혹은 선심성행사를 치르지 말고, 문화의 기초가 되는 ‘풀뿌리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민예총 손동혁 사무처장은 “문화재단 출범이 인천지역의 문화 전반을 구체적으로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인천시 등 문화지원 기관이 보여준 ‘행정’ 수준을 넘어 자기 중심을 바로 세우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인천문화재단이 다른 자치단체의 문화재단과 다른 점은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까지 각계의 의견을 총망라한 ‘합의의 산물’이라는 데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이현식 박사는 “문화재단 설립논의에는 시 당국은 물론 문화·예술단체,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협력하는 자세를 보였고,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인 출범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독주로 삐그덕거리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이는 점이다. 이 박사는 “외부로부터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한 이상, 문화재단은 자기 고유의 정책과 운영방향을 뚜렷하게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문화의 공공적 역할에서 시민들의 참여보장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책 마련, 지역을 뛰어넘는 문화네트워크 구축 등을 요구했다.
 문화재단에 거는 기대는 비단 문화·예술계 뿐 아니다. 문화재단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때는 1999년 상반기. ‘인천시민 정주의식’ 설문조사 결과는 문화불모지에서 사는 인천시민들의 감정을 잘 드러냈다.
 해반문화사랑회 백영임 사무국장은 “문화재단은 예술가를 포함한 모든 시민문화복지확충 차원에서 일해주기를 바란다”며 문화재단이 예술가만을 위한 재단이 아닌 점을 강조했다. “예술가를 포함한 시민이 그 수혜대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국장은 문화예술지원 사업과 관련 “인천의 모든 문화예술사업을 하는 곳이 인천문화재단이 아니다”며 “자발적인 단체와 예술가들에게 활동할 수 있도록 물을 뿌려주듯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