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그럴싸하게 지어놓고 무료영화만 상영
 인천지역 대부분 자치단체들의 문화행정은 아직도 전문가들의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 자리만들기식, 보여주기식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돈을 들여 그럴듯한 시설을 지어놓고는 막상 무료영화만 상영하거나, 사설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는 강좌에 돈을 쏟아붓기 일쑤다.
 특히 주민밀착형 문화사업을 선두에서 벌이고 있는 문화원 예산을 대폭삭감하거나, 기능을 뺏아가는 경우도 있다.
 올 한해 중구문화원 자체사업비는 1천500만원. 직원 한 사람 급여에도 못미치고, 중구의 마스코트 ‘월디’의 플라스틱 조형물 1개도 제작할 수 없는 돈이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문화원 관련예산이 일반 사회단체 보조금으로 편성, 20∼30개의 사회단체와 치열한 예산확보전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관변단체보다 파워가 약한 문화원의 현실을 감안하면 예산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개항문화’가 집중돼 있는 중구의 경우, 문화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사업이 필요하나 현실은 불가능하다.
 중구는 그러나 차이나타운 내에 벽을 설치, 삼국지의 몇 장면을 벽화로 그린 ‘삼국지 거리 조성사업’에는 5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화원이 운영해야 할 ‘문화학교’를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사업은 ‘했다’는 근거만 남길 뿐이다.
 역시 시설관리공단이 위탁운영하는 ‘서구 문화회관’도 영화상영이 주 사업인가 인식될 정도로 운영면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계양문화회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두 문화회관 모두 문화 전문가들의 참여가 배제돼 있어 질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기 보다, 말 그대로 ‘시설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자치단체의 문화행정은 ‘수혜자 중심’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다. 문화계는 그 이유를 전문가 부재에서 찾는다.
 규모 위주의 문화 또한 구태를 벗지 못한 행정의 전형이다.
 갈산 2동사무소에 ‘부평문화사랑방’을 세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평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문화사업에서는 ‘규모’를 앞세운다.
 최근에야 겨우 가닥을 잡은 ‘기적의 도서관’ 건립 사업은 1년이 넘도록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다. 규모를 앞세운 부평구와 달리, 운동본부 측은 많은 도서관이 지역 곳곳에 들어서길 바랐다. 기적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업을 벌여달라는 게 운동본부 측의 요구였다.
 부평문화예술회관 건립사업도 마찬가지다. 총 사업비만 49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서구와 계양구 문화회관의 예를 들어, “내실 있는 운영이 가능할까”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이현식 박사는 “시설을 크게 짓고, 행사를 대대적으로 연다고 해서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전문인력과 질 좋은 프로그램, 이를 뒷받침하고 관(官)에서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