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폭 좁고 울퉁불퉁 엉망
 15일 오후 1시35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간석고가 부근 자전거 도로. 연두색으로 그려진 자전거 도로의 폭이 1m도 안돼 보인다. 폭이 너무 좁아서인지 사람이 다니기조차 비좁아 보인다. 물론 자전거는 단 한 대도 볼 수 없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백운역 쪽으로 향했다. 인천지하철공사 앞 부근 자전거 도로는 입간판들이 차지하고 있다. 부평 쪽으로 계속 내려가자 자동차가 주차해 있는가 하면 포장마차가 올라선 모습도 눈에 띤다. 자전거 도로는 백운 고가교 앞에서 뚝 끊긴다. 이 곳에서 부평 쪽으로 가려면 자전거를 들고 층계를 올라가거나 목숨을 걸고 고가도로로 올라야 한다.
 백운고가교를 지나 부평역 쪽으로 주행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부평역 쪽으로 향하는데 부원중학교 앞에 이르자 울퉁불퉁한 철길이 자전거 도로의 맥을 뚝 끊어 놓는다. 다시 부평역 쪽으로 달리자 공사장 건물이 자전거도로를 집어 삼켰다.
 가로수 곳곳에는 자전거들이 매여져 있다. 부평역 앞 자전거 보관대는 자리가 부족해 잔디밭 위에까지 자전거가 올라와 있다. 이같은 상황은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 인천의 대부분 지역이 대동소이하다.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가 없다.
 고유가 시대, 자전거는 경제적 교통수단이자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도 엉터리 설계된 자전거 도로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총 연장 254.57㎞에 쏟아부은 예산만도 180억500만원에 이른다. 자전거 보관대도 5억9천만원을 들여 5천136대 분을 설치했다. 시는 올해도 21억4천300만원을 들여 9개 노선 20.3㎞의 자전거 도로와 33개소의 자전거 보관소를 개설 중이다. 시는 최종적으로 오는 2010년까지 모두 534억1천700만원을 들여 총연장 703.5㎞의 자전거 도로와 12억원을 들여 1만2천932대를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자전거 도로가 자전거 도로망의 연결성이 미흡하고 주차 차량이나 상가의 입간판이 차지하고 있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다 도로폭이 매우 좁고, 포장이 불량하며 자전거 도로간 연결 부분 도로턱마저 돌출된 곳이 많아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거나 아예 자전거 이용을 포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차도를 질주하기 일쑤여서 교통사고 위험마저 낳고 있다. 꼼꼼한 설계 없이 인도에 색깔을 달리한 보도블럭을 까는 정도의 형식적인 조성 때문이다.
 인천시는 특히, 지난 9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식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고 있을 뿐, 정확한 실태조사에 따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무조건적인 양적 확충보다는 정확한 이용실태 조사와 문제점을 파악한 뒤,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태연(43·상업)씨는 “연두색 도로에 블럭으로 자전거 모양이 그려진 경우가 있어 자전거 다니는 도로인지는 알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이용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만약 안다고 해도 누가 이런 좁고 복잡한 길로 다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길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8년간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도로 색깔만 바뀌었을 뿐 자전거 이용 시민을 위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며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마련 없이 무조건 예산만 투입하는 어리석은 행정을 언제까지 할 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