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들 병역 비리로 `시끌' 동산고는 미추홀기 대회 참패
 ‘구도(球都)’ 인천이 야구 때문에 시끄럽다.
 인천 연고의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병역비리에 연루된 몇몇 선수들로 애를 먹고 있고, 인천 야구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인천고, 동산고, 제물포고가 고질적인 학원 스포츠의 병폐로 말썽을 빚고 있다. 추락한 인천 야구의 위상과 함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야구장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행복한’ 2등 SK=지난해 한국시리즈 패권을 다툰 SK는 자칭 ‘행복한 2등’이라며 연고지 뿌리내리기 성공을 자축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집단 병역비리 문제로 SK 역시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겼다. 주전 선수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선수가 병역비리 명단에 오른 SK는 남은 경기 전력 차질에 대한 우려보다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더 의식하고 있다. 특히 부상 치료 중인 채종범과 타격 1위(12일 현재 0.344)를 달리고 있는 이진영마저 병역비리 문제로 불구속 입건되자 내심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태가 확산되자 구단 홈페이지에는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글과 함께 심지어 타이틀 경쟁이 무의미해진 올 시즌을 조기 종영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인천 야구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SK는 최근 그라운드 폭력 사태에 이은 선수들의 병역비리 파문으로 팀 창단 5년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빛바랜 대붕기 우승=전통의 야구 ‘명가(名家)’ 동산고가 지난 미추홀기 대회에서 경북고에 0-9로 참패하면서 올 대붕기 우승 전력마저 의심을 받고 있다. 최영환 동산고 감독은 ‘에이스’ 금민철의 결장과 주전 선수들의 부상을 패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전국대회 우승팀이 3이닝 연속 만루 찬스를 허용하며 7회 콜드게임패로 힘없이 무너졌다는 것을 인천 야구팬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더욱이 경북고 역시 ‘에이스’ 장찬이 빠진 상태여서 전력 공백이 동산고 못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대붕기에서 최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심판이 3차례 연속 동산고 경기의 주심을 보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더 커졌다. 일부에서는 부임 1년도 채 안된 최 감독에 대한 징계와 함께 ‘승부조작’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했다.
 ▲100년의 공든 탑=올 대통령배 우승을 거머쥐면서 명실공히 ‘짠물 야구’의 대표 주자임을 자처했던 인천고가 선수들의 진로 문제에선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내년에 야구역사 100년을 맞는 인천고는 최근 2년간 프로 지명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대학 진학이 결정된 선수 중 명문대에 진학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 정도다. 내년 졸업 예정인 10명의 3학년 선수 가운데 7명의 선수만 4년제 정규 대학에 원서를 내밀었다.
 올 시즌 주전 선수로 활약한 3학년 선수는 4명에 지나지 않았던 인천고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해 대학 진학에 필요한 기본적인 성적표도 없는 상태다.
 선수들의 대회 성적이 1차적으로 프로무대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인천고의 경우 워낙 두터운 선수층이 문제다. 올 등록 선수만도 무려 33명에 달하는 인천고는 적지 않은 수의 선수가 각종 대회에 단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채 졸업을 한다.
 ▲반복되는 집안 싸움=지난 1982년 팀을 창단, 이듬해 청룡기 준우승 쾌거를 이룬 신흥 ‘명문’ 제물포고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 감독을 전격 경질한 제물포고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신임 이홍범 감독을 영입, 새 도약을 예고했지만 야구부를 둘러싼 학부모와 동문들간의 다툼으로 또 다시 내분 사태를 겪으며,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임 감독이 향응 접대를 받고 선수를 기용했다는 악성 루머와 함께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회비를 거둬 써온 야구부 운영 경비에 대한 장부가 공개돼 말썽을 빚었다. 선수 1인당 월 20만원의 회비와 별도의 동계훈련비, 찬조금을 갹출한 사실과 함께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에게 지급한 판공비와 심판에게 건넨 축의금 내역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 장부는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또 최근 프로 신인 지명을 받은 선수가 부상을 이유로 1년 유급을 결정한 상태여서 내년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저학년 선수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건태기자 gunta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