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앤 모임>인천클라이밍클럽
 피서지건 어디건 할 것 없이 가만히만 있어도 등에서 땀방울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요즘.
 남들은 시간이 나면 에어컨 바람을 위안삼아 망중한을 즐기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늘을 찾아 복수박 한덩이로 타는 속을 식히려는 필사의 노력들이 한창이지만 뜨겁게 달구어진 시멘트에 달라붙어 무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의 여름사나이들이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지난해 개장한 인천문학경기장 남문 주차장 인공암벽에 가면 항상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인공암벽하면 지나치게 튀기를 좋아하는 괴짜들이나 전문산악인들만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려요. 저희들은 손이 척척 달라붙는 스파이더맨도, 목숨을 건 도박을 즐기는 무모한 모험가들도 아니랍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토탈클라이머로 이곳에선 ‘교장’으로 통하는 최원일씨가 1999년 집 얻을 돈을 털어 동암역 부근에 실내인공암장인 인천클라이밍센터(회장·이정남)를 개장하면서 이곳을 찾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이 바로 ‘인천클라이밍클럽’이다.
 어느덧 모임의 규모도 11세 고사리손의 초등학생 회원에서 환갑은 훌쩍 넘긴 64세 노익장까지 60여명 회원들이 인천클라이밍의 자존심을 등에 메고 시도때도없이 암벽을 오른다.
 한여름에도 선풍기 한대 더 구입할 돈이 없어 지하실내암장에서 바람방향을 돌려가며 뒤엉켜 기초훈련을 하던 때를 생각하면 요즘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그래선지 이들에겐 인천대공원의 인공암장이 철거됐느니, 부평에 또 다른 실내암장이 생겼느니 하는 소식들이 스포츠신문 연예란 스타들의 뒷얘기나 좋지 않다는 얘기만 들려오는 경제관련 소식들보다 더 중요하다.
 “물론 가장 반갑고 즐거웠던 소식은 인천에서 전국 최대규모의 인공암장이 개장한다는 소식이었죠. 하지만 인공암장을 세우는 것 보다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빨리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문학경기장 인공암벽이 생겨난 이후로 인천지역에만 2∼3개의 클라이밍 모임이 더 생겨 이제는 이 곳을 찾는 동호인들만도 수백여명.
 ‘인자요산’이라고 했던가. 이러다 보니 변변한 화장실 하나 없어도 주변 환경관리에 옆라인 다른 동호인의 안전관리까지 스스로 챙기는 건 기본이다.
 멀쩡한 야간조명 시설을 갖추고도 전기요금이 든다는 이유로 늘 찬밥신세가 되도 묵묵히 가로등 불빛을 위안 삼아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도 이곳을 찾는 클라이머들만의 미덕(?)이다.
 또하나 최고의 인공암장을 갖추고도 지역을 대표하는 등반대회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것도 이들의 안타까움이다.
 이런 한풀이라도 하듯이 지난 목요일 밤늦게까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밤늦게까지 훈련한 회원들이 1일 끝난 부산 우정암벽등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정희섭 회원이 속도부 우승, 그리고 ‘최교장’ 아내인 김숙경씨와 중학교 2학년생 설빈이는 속도와 난이도부에서 3위에 입상했다.
 올 2월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등반대회에서 최원일, 이홍재, 안충근 회원이 속도부 1·2·3위를 모두 휩쓸었던 기쁨 못지않다.
 “5주 과정으로 오는 8일 북한산에서 교육에 들어가는 등반학교와 수시로 교육중인 스포츠클리이밍교실을 통해 많은 동호인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어렵게 바위를 올랐던 예전과 달리 지도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체계적인 교육과 장비의 안전성도 높아져 이런 혜택아닌 혜택을 함께 누려 보자는게 요즘 ‘인천의 암벽지기’ 인천클라이밍클럽 회원들의 ‘산사람’다운 바람이다. ☎(032)432-5014 /글·사진 이원구기자 jjlw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