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이가 둘 있다. 하나는 금쪽같은 딸이고, 다른 아이는 그저 흔한 아들이다.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들을 흔한 존재로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 집안에는 아들보다 딸이 더 귀한 자손이기 때문이다. 그 아들 녀석이 언제부터인지 다른 집 아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자신이 남자임을 은근히 뽐내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머리띠가 하고 싶다며 동생의 머리띠를 빌려 하고 다니더니, 한 날은 머리띠를 사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놀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남자가 머리띠를 한다고 히죽였지만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남자도 필요하면 할 수 있는 거라나? 자신은 머리가 흘러 내려 조금 불편할 뿐이고 앞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아들의 그 생각은 그에 대한 대견함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아무 생각없는 어른들이 남자 것, 여자 것하고 나누어 놓은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자기에게 필요하면 그것의 주 사용자가 어느 성(性)이든 구별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꼭 남자아이는 총이나 로봇을, 여자는 반드시 공주같은 드레스를 고집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하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남자다운 아들, 여자다운 딸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인간다운 인간을 키우는 것이 더 자유롭고, 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성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성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장숙경(여성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