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가결이후 청와대 풍경>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노무현 대통령이 칩거 아닌 칩거에 들어간지 열흘이 됐다.
‘탄핵 가결’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온 나라는 여전히 들끓고 있건만, 그 회오리의 중심부인 청와대는 정작 지나치리 만큼 적막고요해 대조적이다.
물론 비서실의 경우 탄핵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 국정업무 처리와 더불어 오히려 더욱 다망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물빠진 바닷가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이다.
“오늘은 인사발표만 하고 다른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닷새후의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업무관련 브리핑을 위해 청와대 인사로는 처음 춘추관을 찾은 정찬용 인사수석은 국가보훈처 차장 및 외교안보연구원장 내정 사실을 간단히 발표하고는 단상을 내려왔다.
추후 공기업 인사 여부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뒤이어졌지만 정 수석의 답변은 그리 길지도, 상세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하는 참모진의 참담한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대통령의 자리바꿈에 관련없이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여를 청와대에서 일해온 요리사, 청소하는 아주머니 등 일반 직원들은 “일 할 맛이 나지 않는다. 어느 쪽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국가원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싫다”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행사의 풀 취재를 위해 청와대 안팎으로 분주히 움직이랴, 개별적 취재하랴, 브리핑 듣고 보충취재하랴 정신없었던 기자들 역시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참여정부 들어 춘추관 기자실을 독서실 구조로 바꾼 바 있는데, 전에 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웃하는 정독도서관과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인파의 함성이 더해지던 시각, 불과 한 블럭 건너에 소재한 청와대 주변은 깊은 정적에 쌓여 있었다.
마치 태풍의 중심부가 청와대를 지나고 있는 듯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태풍은 온갖 오물과 더불어 얼음같은 청명한 하늘을 몰고온다. 과연 국운은 어디로 흐를런지.
<손미경 기자> mimi@incheontimes.com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노무현 대통령이 칩거 아닌 칩거에 들어간지 열흘이 됐다.
‘탄핵 가결’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온 나라는 여전히 들끓고 있건만, 그 회오리의 중심부인 청와대는 정작 지나치리 만큼 적막고요해 대조적이다.
물론 비서실의 경우 탄핵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 국정업무 처리와 더불어 오히려 더욱 다망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물빠진 바닷가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이다.
“오늘은 인사발표만 하고 다른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닷새후의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업무관련 브리핑을 위해 청와대 인사로는 처음 춘추관을 찾은 정찬용 인사수석은 국가보훈처 차장 및 외교안보연구원장 내정 사실을 간단히 발표하고는 단상을 내려왔다.
추후 공기업 인사 여부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뒤이어졌지만 정 수석의 답변은 그리 길지도, 상세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하는 참모진의 참담한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대통령의 자리바꿈에 관련없이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여를 청와대에서 일해온 요리사, 청소하는 아주머니 등 일반 직원들은 “일 할 맛이 나지 않는다. 어느 쪽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국가원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싫다”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행사의 풀 취재를 위해 청와대 안팎으로 분주히 움직이랴, 개별적 취재하랴, 브리핑 듣고 보충취재하랴 정신없었던 기자들 역시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참여정부 들어 춘추관 기자실을 독서실 구조로 바꾼 바 있는데, 전에 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웃하는 정독도서관과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인파의 함성이 더해지던 시각, 불과 한 블럭 건너에 소재한 청와대 주변은 깊은 정적에 쌓여 있었다.
마치 태풍의 중심부가 청와대를 지나고 있는 듯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태풍은 온갖 오물과 더불어 얼음같은 청명한 하늘을 몰고온다. 과연 국운은 어디로 흐를런지.
<손미경 기자> mimi@incheo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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