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모(미술평론가/인천대학교 겸임교수)
　
　인천은 서울과 가까운 ‘지역’이다. 하지만 전철이나 승용차를 이용하여 1시간이면 서울의 웬만한 곳에 이르니까 서울의 변두리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상권이나 문화권이 스스로 도태되고 인천이라는 문제의식은 퇴락했으며, 지역적 정체성조차도 매우 불분명한 위치로 내몰려 있다. 본말은 차치하고, 그러다 보니 미술가들은 인천보다는 서울에서의 전시를 선호하게 되어 인천의 전시는 지역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인천에서 해야 하는 개인전이나, 구태의연한 그룹전, 동문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방화, 지역화를 부르짖는 세기에 웬 시대착오적 행태냐고 말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인천에서보다 서울에서 미술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면, 이에 대하여 작가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전시장 하나 없고, 작품이 팔리지도 않고, 보러오는 사람도 없고, 사후 비평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창작에 대한 지원도 미미하다면 당연히 비슷한 경비가 드는 인사동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인천은 미술관, 전시장, 기획전, 예산지원, 미술교육, 문화의식, 미술행정, 미술단체, 공모전 등 뭐하나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문화적 기반이 구축되지 않은 가운데서 허황된 이데올로기가 횡행하고, 작가들은 진지하게 작업하기 보다는 유행과 시류에만 주목하고 있으며, 관료나 예술계 지도자들은 작가들 위에 군림하며 이들을 사육하는 위치에 있는 것 같은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문화의 세기를 맞이한 인천 미술계는 정신수준이 갖추어지기 이전에 몸만 비대하게 커버린 무뇌증의 ‘거대아’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오늘날 인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건강한 창작활동의 장과 정상적인 미술의 효용에 바탕을 둔 미술문화의 전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전문 교육기관의 확대와 미술판(작가, 화랑, 저널, 미술단체, 비평 등)의 질적?양적 수준이 제고 된 연후 시간의 추이에 따라 무르익어 갈 것이다. 그리고 문화대중을 교육하고 수준 높은 전시를 기획하며 시민에게 다양한 휴식공간을 제공할 미술관과 작품으로 말하고 작품을 통하여 삶이 영위될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미술문화 소비의 장, 즉 미술작품의 유통체계가 확립한 연후에나 전개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역 중·고등학교와 대학 등 교육계를 중심으로 미술교육의 정상화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와 이에 따른 실천 방향이 모색되고 있는 중이고, 피상적으로나마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시 당국의 제도적 지원과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예진흥기금 폐지 건이 시의회에서 부결되고, 해안동의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부족한 문화공간을 확충하려는 소위 ‘예촌’기획안, 그리고 인천문화재단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창작여건이 개선되어 작품의 질이 높아지고 거기에 부합하여 미술시장 등 미술계의 전반적인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날로 전문화되고 능력 있는 신진작가들이 인천 미술계의 실세로 등장하면서 주도세력의 교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미술판에 산적해 있던 구조적 모순들이 비판되고, 행정적 오류에 대한 미술인들 스스로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에 전방위적인 미술계의 개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동향으로 볼 때 인천미술계가 가진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여겨지며, 향후 과제는 어떻게 급변하는 문화적 지형도 안에 시민대중을 끌어들여 문화사적 지속성에 편입시킬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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