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대 파리의 공중화장실 사진이다. 대로 복판에 철제 가리개가 둘러쳐진 내부에서 신사들이 일을 보고 있다. 가리개 하부로 용변중의 바지가랑이가 보이고 바닥엔 오물이 흥건히 고여있다. 차례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이지만 더러운 신발과 악취가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눈에 거슬리는 설비는 지금 찾아 볼길 없다.

 공중화장실은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그 문화수준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수준있는 사회일수록 정결하여 문명국의 척도는 공중화장실의 문화와 비례하며 한 나라의 문화와 교육수준을 알아 보려면 그 나라의 공중화장실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그 공간은 도시와 시민의 문화적 정도를 잘 나타내 보여준다.

 그러니 서구의 선진국들은 공중화장실도 하나의 관광상품이기에 충분하다. 도심이나 관광지 등 환경과 소재하는 위치의 특성에 알맞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난날의 콘크리트 일변도가 아니라 유리나 플라스틱 등을 최대한 활용 채광과 통풍이 잘되고 건물구조가 다양 입체적인 조형미를 갖추어 우아하다. 파리의 한 첨단화장실은 전자감응 장치에 의한 전자동식이어서 동전을 투입하면 문이 열리면서 점등되고 내부에 향기가 풍기고 음악이 은은히 흘러 나온다.

 공중화장실은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위생은 물론 시설을 다양화 해야 한다. 단순한 배설의 장소가 아니라 씻고 치장하며 때로는 사색의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내부는 최대한의 통풍과 채광으로 쾌적하고 사용자를 위한 자판기 등 각종 편의시설에다 장애자나 노약자의 이용에도 불편이 없어야 한다고 『호모 토일렛』의 저자 이상정씨는 강조한다. 연전에 주안역전 유료 공중화장실이 잘되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용해 본바 없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안간다.

 올가을 전국체전을 앞두고 공중화장실이 크게 개선되리라고 한다. 음악이 흐르고 간이매점 물품보관소 등을 갖춘 최신식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뒷간이 깨끗하면 든 도둑도 그냥 나간다』고 했으니 인천의 이미지 향상에 큰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