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의 대표주자중 한 명이 바로 인천출신 여성이다.
 성창약품 조선혜 대표이사(49·☎02-2645-6111). 조 대표는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발군의 경영력과 추진력으로 진작부터 주목받아온 이 업계의 거물(?)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그의 사무실에서 건네받은 명함만도 4장. 성창약품을 비롯해 가야약품의 대표이사이고, 주식회사 굿윌파트너(약국체인점) 회장이며 ‘지오영(Geo-Young)’이라는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같은 고위 직책외 12개 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전쟁 치르듯 살고 있다.
 그의 많은 직책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오영’. 지난해 8월, 의약전문 잡지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일제히 지오영의 설립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의 대형화 및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보도의 일 단락. ‘SK글로벌 계열회사인 케어베스트를 비롯한 의약품 유통 3사가 힘을 모아 대형 약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8월부터 공식 영업에 들어간다. ‘지오영’으로 명명된 신설법인은 국내 진출한 외국계 약 유통회사인 쥴릭파마 경쟁회사로 나서는 한편 선진 시스템을 통해 낙후된 국내 의약품 유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 약 유통에서 상위 10위권에 올라 있는 성창약품(대표·조선혜)과 동부약품(대표· 이희구, 인천 부평에 본사)은 최근 약 유통회사 ‘지오영’을 설립한 뒤 S K글로벌 계열회사로 온라인 약유통사업을 하는 케어베스트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지오영은 자본금 80억원으로 대표이사 사장에 조선혜 성창약품 사장을 선임했다. 지오영은 우선 성창약품과 동부약품을 비롯한 유통회사들에 구매와 물류서비스를 하면서 기반을 갖춘 뒤 5~10개 유통회사를 흡수·통합해 전국 단위 유통회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지오영은 쥴릭파마코리아 등 외국계 유통회사의 국내시장 지배에 대응키위해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유통회사로, 선진유통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적 지배력을 갖겠다는 것. 지오영에 참여하는 도매상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을 망라하고 있어 1조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것이 현재 업계의 전망이다.
 조 대표는“한국의약품 유통 수준을 한단계 상승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과로 지오영이 탄생한 만큼 다국적 유통회사에 맞서는 민족 도매상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지오영은 단순히 몇개 도매상이 참여해 몸집을 키운 것이 아니라 국내 도매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든 때는 90년대 초반. 숙명여대 약학과를 나와 지방공사 인천의료원 약제과장을 하던 중 낙후된 의약품 유통시장에 눈을 돌려 ‘내가 한 번 해보자’ 하고는 변신을 시도했다. 영업사원 10명에 첫 해 매출 18억원을 기록했던 성창약품은 현재 성창·가야·지오영 3개사 총 매출이 무려 3천5백억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국 가장 큰 시장인 서울에서 성창·가야약품의 매출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인천의 인하대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사랑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원자력병원, 암센터 등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의 주요 의약품 납품회사라면 짐작이 갈 일이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매출은 더 급증해 강서구 염창동 1천3백평 대지에 연건평 3천여평에 이르는 사옥을 소유했던 성창약품은 현재 새 사옥부지를 물색중.
 “신뢰죠. 단순히 의약품 도매라고 생각하지 않고 고객을 우선으로, 인간적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영업을 해온 것이 사업확장의 큰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움과 고비속에서도 매년 더블성장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물류 전산화 작업 등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체질개선작업을 해가면서 고객중심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켜왔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
 대형유통회사 ‘지오영’의 대표를 맡은 것도, 자본력도 자본력이지만 그의 이같은 신용성과 철저한 직업의식이 동종업계에서도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과 선택 등 여러면에서 어머니 영향이 컸죠. 지금은 더러 있는 일이지만, 그 옛날 자식 결혼식때 축의금을 받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했고, 돌아가실 때도 부의금을 받지말라 유언을 하셨죠. 돈을 제대로 쓰고 관리하는 법,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강한 정신을 배웠지요.”
 조 대표는 두 아들에게도 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부모 재산은 부모 재산일 뿐 그에 의존하지 말 것을 자식에게 강조한다. 자식에게 기업과 재산상속은 있어서는 안되며, 자본과 경영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외형적 활동보다는 내적으로 튼실한 회사를 키우는데 주력해왔던 조 대표. “외국의 대형 도매회사가 국내시장을 잠식해들어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내업체들이 선진화된 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이들에 대항해나갈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역시 사업에 대한 얘기로 말을 맺는다. <손미경 기자> mimi@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