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야기(Robot Stories/감독·그레 박)
 2002년 햄튼즈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그레 박의 옴니버스 디지털 영화이다.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사랑과 죽음, 가족애를 표현한 네 편의 단편으로 이뤄졌다. 로봇입양아를 기르는 이야기인 ‘로봇아이 키우기’,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장난감 로봇 컬렉션을 수리하려는 어머니의 이야기인 ‘로봇 고치기’, 안드로이드 사무원의 사랑을 그린 ‘기계의 사랑’, 죽음을 눈 앞에 둔 조각가가 육체의 죽음과 디지털 세계의 불사 사이에서 고민하는 ‘점토’ 등은 컴퓨터와 로봇공학이 고도로 발달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로봇의 교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영화의 특징은 테크놀로지보다 인간적인 ‘감정’의 묘사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영화는 소재에 있어 TV시리즈인 ‘환상특급 톼일라잇 존’, 스필버그의 ‘AI’, 워쇼스키형제의 ‘매트릭스’와도 맞닿는 SF의 다양한 ‘클리셰’(상투적 표현)를 활용한다. 영화기저엔 그러나 웨인왕의 ‘조이럭클럽’에서 볼 수 있었던 아시아적이라 할 수 있는 미묘한 인간관계의 흐름이 엿보인다. 인간의 일상생활을 규정할 정도로까지 발달한 과학기술의 상징인 ‘로봇’은 바로 이런 관계의 맥락에서 분석된다. 충분한 사색과정을 거친 것처럼 보이는 각본에선 어려서부터 SF소설을 탐독한 감독의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특수효과를 사용하진 않지만 헐리우드풍의 블록버스터 대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