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부지를 공원용지로 바꾸지 못하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전 인천시의원 백모씨에 대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고 한다. 지난세월 나라의 표상이 되어야 할 공직자들이 기업체로부터 거액을 거둬들이고 반대급부로 그들에게 특혜와 이권을 제공하는 이른바 유착(癒着)관계가 많았다. 이처럼 불법적으로 조달되는 막대한 「검은 돈」은 비리의 원천이 되고 선거때는 표(票)를 돈으로 사는 행태를 되풀이해 왔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나라 전체에 만연된 부정부패와 각종 부조리도 이같은 「검은 돈」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쥐꼬리만한 권력을 잡아도 치부를 일삼기 때문에 사회가 타락 혼탁해진다는 점이다. 바로 이같은 부조리의 연결고리, 그것도 부정과 비리의 원천을 없애지 않고서는 정의사회는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에 이번 검찰수사로 밝혀지고 있는 「검은 돈」의 추적은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96년 10월 한국티타늄 전 사장 이모씨로부터 「인천시의회가 공장부지를 준공업지역에서 공원용지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저지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차례에 걸쳐 쇼핑백에 든 현금 8천만원과 2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조사결과 인천시의회는 당시 한국티타늄공장의 용도변경여부를 논의하고 있었으나 백씨가 청탁을 받은후 백지화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충격과 허탈이 또 어디 있겠는지. 인천시민의 불행이자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백씨가 의원재직시 용도변경과 관련해 다른 시의원들에게 얼마나 돈을 건넸는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만큼 이 부분은 철저히 파헤칠 것으로 기대한다. 용도변경 문제는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아 백씨 개인의 차원에서 다뤄질 성질의 것이 아닌, 구조적 비리의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그 구조적 비리의 사슬을 낱낱이 밝혀냄으로써 정화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시의원이 검은 돈에 발목이 잡히고서는 의회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그럴때 의결권의 남용으로 이어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