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보리출판)
지난 겨울은 몹시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황폐해졌다’는 표현이 걸맞을 만큼 지쳐있었다. 그래서 앞뒤 생각하지 말고 푹 쉬다 오자는 심산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이 있는 태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웬걸 그 곳에서 긴장이 풀리자 10여일동안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식구들 만날 생각에 부풀어 숟가락에서부터 이부자리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던 남편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고 아이들은 불안해했다.
한 달 만에 짐 싸들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병원부터 들러야했다.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말로만 듣던, 모든 병의 원인이라는 ‘스트레스’
식구들, 집안 일,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됐다. 이 때 읽은 책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었다.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면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을 뭐가 그리 바쁘다고 앞만 보며 치달렸을까? 병까지 얻어가며.
스물 한 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두 부부는 때론 친구같고 때론 삶의 동반자로, 때론 학문적 토론 상대로 살아가는 걸 보며 진정한 부부란 이런 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무르익어 가는 부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의 삶도 부러웠다. 단 한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부지런히 노동을 하고 책을 읽는 모습에서 실제로는 힘겨운 생활일 수도 있을 테지만 독자로서는 오히려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자세한 주변 묘사가 어우러져 가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사는 동네와 집안 모습, 농장 풍경들이 그대로 머리속에 그려졌다.
끝으로 내가 책을 읽었을 때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묘법이 기억에 남는다.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밑에 땅을 느껴라.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누군가를 도와라. 생활에서 유머를 찾아라.’
이 문구들이 떠오를 때면 내 삶의 방향이 정해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영숙·인천 동화읽는어른 느티나무 회원 ☎016-9337-4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