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어느 시골길에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그 앞에는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 두 사람은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기다리는 동안 장난도 쳐보고 자살시도도 해 본다. 여러 의미없는 행동들을 해 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도’는 오지 않는다.
 오는 23일∼26일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광대들’은 마임이스트 최규호씨가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클라운마임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언제 올지 모르는 대상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지루함을 즐거운 기다림으로 바꾸었다.
 원작에서 ‘고도’는 절대자에 가깝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죽음’을 뜻하며, ‘기다린다’는 행동을 통해 일상생활의 그늘에 숨어있는 현대인의 불안을 그려내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프랑스 작가 ‘사무엘 베게트’가 쓴 2막으로 된 비희극인 이 작품은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파리 소극장에서의 첫 성공을 거둔 이래 각광을 받게 됐다.
 사무엘 베케트는 스승이면서 친구였던 조이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자신만의 것으로 독특하게 발전시켰다. 소설에서는 내면세계의 허무적 심연을 추구하고 있으며, 희곡에서는 인물의 움직임이 적고 대화가 없는 드라마로 형식화돼 있다. 그는 전 작품을 통해 세계의 부조리와 절망적인 인간의 조건을 일상적인 언어로 니힐하게 표현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최규호씨는 인천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마임이스트로 현재 ‘클라운마임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인천연극계를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서일대학교수로도 재직중이다.
 그는 “누구나 한가지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후7시30분. 1만2천원, 6천원. ☎(032)772-7361.<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