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벼락 -- 김회경저, 사계절출판사
　우리 아이들은 자기똥에 대한 애정이 많은 아이들이다. 우스운 말이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자신의 똥의 생김새나 상태에 대해서도 각별한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그것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똥벼락은 더욱 특별한 책일 수 밖에.
　김부자집 머슴생활 30년만에 새경이랍시고 받은 돌밭을 손에 피가 나도록 고른 돌쇠아버지는 너무 가난하여 거름이 걱정이다. 돌쇠네는 죽기살기로 똥을 모은다. 그들에게 똥은 금덩이처럼 귀하다. 모처럼 잔치집에 간 돌쇠 아버지는 똥이 마려워 급히 집으로 가다가 참았던 똥을 누었다 . 그러나 낮잠자는 산도깨비를 깨우는 바람에 그만 깜짝 놀라는 통에 주저앉아 똥이 뭉개지고 만다. 거름할 귀한 똥 생각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돌쇠아버지를 불쌍이 여긴 산도깨비는 김부잣집 똥들을 돌쇠네로 옮겨준다. 밥보다 반가운 똥으로 거름을 주어 농사는 아주 잘 되었다. 그런데 밭에서 금가락지가 나오고 김부자에게 간 돌쇠 아버지는 똥도둑이라며 뼈가 녹신하도록 매를 맞고 산도깨비를 찾아간다. 기가막힌 산도깨는가져온 똥을 백배로 갚아준다. 어떻게? 그야 물론 똥벼락을 때리는 거였지요.
　좋은 그림책은 아이들 어른들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을 읽어주다보면 먼저 그 해학적이고 우리스러운 그림이 마음을 적신다. 그러나 글을 읽어줄수록 돌쇠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가슴조리고 똥을 모으고 김부자의 억지에 억장을 치다가 산도깨비의 후련한 되갚음에 속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수세식 화장실의 깨끗함만이 풍요와 위생의 상징인양 살아가는 우리에겐 밥보다 금보다 더 귀하게 똥을 생각하던 돌쇠아버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돌밭을 옥토로, 고구마로, 곡식으로 바꿔주는 귀한 거름이 되고 결국은 양식이 되는 이치를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배우는 듯하다. 더불어 부록처럼 자기똥을 그 수많은 등장 똥중에서 찾아내는 재미와 김부자 머리위로 똥이 쏟아지는 장면의 수많은 똥이름을 소리내서 리듬에 맞춰 읽는 재미도 우리아이들의 즐거움이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속이 이상하신 분이 하나도 없기를 바란다면 무리일까요?
<이미경· 부평동화읽는 어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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