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용인가, 일벌백계를 위한 단호한 의지인가’
 민선지자체 실시 이후 급증하는 고소고발이 심각한 후유증을 양산하고있다.
자치단체들이 행정처분으로 가능한 사소한 사례도 앞다퉈 고발조치하고, 여론에 떠밀려 사법당국의 힘을 빌리는 웃지못할 헤프닝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 2월초, Y시는 보건소가 구입한 독감백신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초에는 백신 효능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유. 감사담당관실은 곧바로 구입경위와 배경, 효능여부에 대한 자체 감사에 착수했으나 뚜렷한 혐의를 찾지못했다.
그러나 이 논란은 갑작스레 직원의 횡령혐의로 초점이 옮아가면서 형사사건으로 비화됐다. 시 관계자는 “별다른 혐의점은 없었으나 여론때문에 수사의뢰를 하지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론에 떠밀려 수사의뢰한 대표적인 케이스인 셈.
이날 현재 경찰도 관련공무원들에 대한 진술과 계좌추적까지 나섰으나 이렇다할 단서는 찾지못한 상태다.
이달 초 같은시 Y출장소가 수사의뢰한 명예훼손 건도 상황은 마찬가지. 플래카드에 게재한 ‘XX시장 물러가라’ 는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처벌해 달라는 것이 고발 취지였다. 이에대해 경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처럼 일선 자치단체가 고발의뢰하는 형사사건의 상당수는 무혐의로 종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지자체가 책임회피를 위해 무분별하게 고발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있다.
이같은 사정은 인근 S시도 마찬가지. 지난한해 동안 모두 17건을 고발조치 했으나 형사처벌에 이른 경우는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사건과는 달리 지자체가 직접 고발의뢰할 경우 수사를 하지않을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민과 주민, 주민이 지자체를 상대로한 고소고발도 병폐를 낳기는 똑같다. 수지하수종말처리장 건설문제를 놓고 주민이 주민을, 주민이 시청 공무원을 고발한 이 사건은 법정으로 옮겨져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주민간의 반목은 물론 행정불신에다 수사력까지 낭비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 김모씨(45· 죽전동)는 “사소한 이견이 고소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주민들간에도 편이 나뉠 정도로 불편해져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사소한 고소고발 사건 때문에 정작 급박한 민생침해 사건은 뒤로 떠밀리고 있다”며 “법에 의한 극단적인 해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우리 사회에서 이성에 의한 통제가 힘을 잃으면서 행정기관, 주민, 주민과 행정기관간의 사소한 다툼들이 법정 고발로 남발되고, 법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구대서기자> kds@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