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村 조성을 기대한다
 인천시가 중구 해안동 일대에 예촌(藝村)을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서 최대 관심사는 예산 확보다. 지난해 12월 시의회에 부지매입 승인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예촌 조성계획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토당했기 때문이다.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시의회에 예촌 조성에 필요한 부지 2천여평을 39억2천여만원에 사들이는 것을 골자로하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승인을 신청했다는데 과연 순조롭게 통과될지 의문이다.
 시는 시의회의 승인이 나면 곧바로 부지 및 지장물 보상에 나서고 48억원을 추가로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미술문화 공간인 예촌을 꾸민다는 구상이다. 현재 보존돼 있는 개화기 창고건물 외곽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 작가들의 창작공간이나 소규모 전시장, 예술품 판매장 등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방문화의 중요성이 점차 더해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계획이 제시됐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방문화가 민족문화의 원형적 뿌리요 그 구심체에 기초하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각종 문화시설이 서울에 편재됨으로써 문화수요에 심한 불균형을 빚고 있다. 인구 2백70만명이 넘는 대도시 인천이 미술회관 하나 갖지 못하는 문화 불모지로 남아있다는 것은 자못 자괴스럽다. 시립 미술관의 필요성이 공론화된 지 오래고, 창작활동 공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진다.
 살기 좋은 도시, 아름다운 거리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갖춘 곳을 말한다. 인천이 낳은 화가 서예 인맥은 대단하다. 고미술사학자인 고유섭을 비롯하여 화가 김은호, 서예가 유희강, 박세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유품 등 관련자료들을 함께 보관·전시하면 어떨까. 아무리 각박한 세태라 해도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예촌 조성이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우리도 인간다운 삶을 되찾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예촌 조성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불가피한 것 못지않게 일반 시민의 협조와 관심이 절실하다. 어디에나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멋진 예촌이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