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보내는 기원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를 맞이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02년은 우리나라에 참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했던 한해였다. 어느 해 치고 일이 많고 어려움이 많지 않은 해가 있었겠는가마는 올해는 유난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한해였구나 하는 감회가 우선 앞선다. 그래서 세밑은 항상 아쉬운가 보다.
 새해를 맞이하려는 이 때에 새삼 지난날을 뒤돌아 보면 그 어느 해보다 극심한 혼돈과 갈등과 대결의 시대였다. 도리와 금도를 잃어버려 나라의 품격이 끝없이 추락한 해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 세계 속에서 국가위상의 부상, 우리의 저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세계가 놀라고 우리 자신도 놀란 월드컵 4강, 붉은 악마, 성공적 아시안 게임 개최,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딛고 일어선 지속적인 경제성장 등을 보면 우리에게 한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16대 대선이 끝나고 이제 우리는 정치발전에 또 다른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속히 털어버려야 할 문제점들이 우리 주변에 버젓이 남아 있다. 부정부패 등 갖은 악습과 병폐와 같은 침전물들이 청산되지 않고 발전의 멍에로 남아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 세대, 노사, 계층간의 갈등-반목-균열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도 성장의 열매를 공정하게 분배받지 못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로 해서 형성된 한반도의 이상기류 그리고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가 손상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도 전혀 근거없는 기우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다. 인팎으로 어려움이 산적한 오늘이다. 극복해 나가야 할 난제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중동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은 채 원유가가 치솟아 오른다. 수출이 오르고 물가 또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새해에는 만사 제쳐놓고 정치부터 안정시키고 그 안정된 정치가 경제활성화와 사회통합을 이루는 견인차 역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머리가 필요하다. 구습(舊習)을 버리고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