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여인숙의 화재
 지난 8일 새벽 쪽방 여인숙에서 불이 나 투숙객 중 여섯명이나 사망하는 큰 화재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인숙은 60년이나 된 목조건물로 쪽방구조 형태의 낡고 오래된 재래식 여인숙이었으며, 이미 사망한 이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일용직 노동자라고 한다. 이 화재사건의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언론사들은 소방 안전점검을 잘했으면 피해볼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쪽방의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쪽방은 소방시설을 점검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쪽방은 어느 지역이나 소방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 없으며, 건축 자체가 건축법에 맞게 되어 있는 곳도 없다.
 쪽방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쪽방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한두평 정도의 작은 방을 말한다. 쪽방의 일반적 유형은 한두평 정도의 작은 방의 형태를 띠고 있고, 이러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공동 화장실을 사용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번 화재사건에서도 나타났지만 장기 투숙자들인데, 그들의 직업은 대개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소위 노가다판에서 하루일당을 받아 하루하루 매식하며, 일세로 일만여원 가량을 내거나 월 십여만원을 내고 살아간다. 이들은 때로 동절기나 장마기간에는 일자리가 없어 노숙을 하거나 노숙인 쉼터를 찾아들기도 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아주 오랫동안 일터를 따라 거의 유랑하는 셈이어서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그리 정상적이지 못하다.
 인천지역의 쪽방은 중구 북성동과 인현동, 동구 만석동, 계양구 효성동, 부평구 역 주변 등 넓은 지역에 작은 규모로 분포되어 있으며, 약 1천여세대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천지역에 쪽방이 넓게 분포하는 것은 노동집약적인 공장들이 많이 생기면서 노동자들의 자취방으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 그래서 재래식 여인숙이나 축사로 사용되던 곳에 방을 칸칸이 들여 월세나 일세를 받을 수 있는 방을 다량으로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방이 작고 통로나 비상구가 좁다. 그리고 임시방편으로 만든 방이기 때문에 이번 화재에서도 보여지듯이 천장이 무너져 내려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쪽방에 대한 관심은 정부의 취약계층에 대한 삶의 질 제고라는 측면에서 전국적으로 쪽방지역에 있는 주민들을 돌볼 수 있는 쪽방상담소로 나타났다. 인천에도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이 도시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작년 2월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개소하였다. 인천 쪽방상담소는 쪽방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들을 위하여 목욕실과 공동 빨래터 등 편의시설을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기적인 의료서비스와 취업알선, 푸드뱅크를 통한 잉여음식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업국민운동위원회와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이끌어내 만석동, 북성동, 인현동, 효성동 등 연료비조차 없어 냉방에 있는 실직가정에 삼개월간 연료비를 지원하고 있고, 생계비도 지원하고 있다. 설날과 추석 때에는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쿠폰과 선물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비용이 정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상담소 자체에서 프로그램 연구를 하여 민간단체의 재정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인천 쪽방상담소가 인현동과 효성동 지역의 쪽방에 소방서와 공동으로 소방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소화기까지 비치했으나 재래식 여인숙까지 점검하고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것은 재래식 여인숙 업주가 그리 반가워하는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번 화재사건을 계기로 쪽방지역에 대한 관심과 근본적인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상담소의 활동은 이미 그곳에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편의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무엇보다 영세민들을 위한 주거마련이 급선무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전세가도 매년 올라가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보면 쪽방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조차 참으로 요원한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와 시당국은 공공주택 마련을 위한 계획을 구호만 아니라 매년 착실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 단계까지 남아 있는 쪽방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먼저 인천시는 쪽방형태의 주거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대문, 영등포와 같이 단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서울의 쪽방상담소에도 못 미치는 인원으로 넓게 분포한 쪽방을 돌봐야 하는 인천의 경우를 보완해야 한다. 두번째는 쪽방상담소와 보건소, 소방서, 경찰서 등 복지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시는 협력해야 한다. 상담소 단독으로 복지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민관이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여 추진하는 것이 옳고 바람직하다.
 사람의 생명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며 직업과 지위에 관계없이 존귀하다. 그 존귀한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은 작은 관심과 세밀한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