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부터 주민 이야기까지…보물섬 '백령도' 살피다

1987년 인천 학교 발령…휴일 섬여행
2021년부터 1년여 백령도 학교 근무
섬 문화 아카이빙 시급 판단…책 집필
'접경지역 주민의 삶' 구술로 담아내
▲ 김석훈 '백령도' 저자

1987년에 인천 학교로 발령받아 4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친 김석훈 교사는 휴일이면 인천의 섬으로 떠났다. 배낭 안에는 답사 도구를 잔뜩 챙긴 채였다.

인천 섬의 아름다움에 매료됨과 동시에 이곳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열망이 그에게 이런 오래된 습관을 만든 것이다. 책 <백령도>는 이 활동들의 1차 결과물과도 같다.

단독저서로는 첫 책이라는 김석훈 저자는 책의 부제와도 같이 인천의 섬을 보물처럼 귀히 여기고 있었다.

▲ 백령도 김석훈 지음, 다인아트 347쪽, 2만5000원

▲사라져 가는 사관(史官)에 사초(史草)역할 자처

섬을 다니던 그에게 2021년부터 1년 반 동안 백령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기회가 생겼다. 섬 주민과 그들의 역사에 깊숙이 들어간 김석훈 저자의 외연과 내연이 이때 많이 확장됐다.

“더 치밀한 연구를 하면서 제가 느낀 점은 섬 문화유산의 아카이빙이 시급하다는 것이었어요. 몇 명 남지 않은 80대가 넘은 원로와 토박이들은 내력을 잘 알고 있으나 후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이들 대에서 끊길 위기죠.”

사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이 그나마도 점차 사라지는 마당에 이것을 이어가거나 자료로 남길 사초는 전무하다는 게 그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

 

▲백령도부터 시작, 점차 확대할 것

<백령도>를 통해 저자는 섬이 탄생한 설화와 종교·인물 등을 파헤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인문학적 측면도 다뤘다. 접경지역의 삶을 사는 주민들의 구술도 중요한 배경으로 실었다.

책을 읽다 보면 광활한 미지의 땅에서 반짝이는 보물을 캐는 듯한 정신적 소득을 가져갈 수 있다.

또 개발과 보전의 사이에서 지금 우리가 어떤 사고를 해야 하는지도 정립된다.

“소중한 문물이 기초 조사나 기록도 없이 사라지는 폐단을 온몸으로 막고 하나라도 부여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인천의 다른 섬들도 순차적으로 출간할 계획이지요.”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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