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우려 지자체 보호소 기피
마구잡이 입양 탓 학대 등 빈번
동물구조센터·병원은 자격 제한
입양 조건 철저한 검증도 필요
▲ 고양시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한 고양이/사진제공=고양시유기동물보호소 SNS

A씨는 얼마 전 고양시 화정동에서 길거리를 배회하는 유기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유기견의 상태가 깔끔한 걸로 보아 유기 기간이 길지는 않아보였다. 견주가 애타게 찾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유기동물보호소 신고 접수는 꺼려졌다. 공고 기간(10일)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는 방침 때문이었다. 결국 A씨는 보호소 대신 동물구조센터로 문의하게 됐다.

최근 유기동물을 습득한 시민들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 입소를 기피하고 동물구조센터나 동물병원으로 신고 접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소 입소한 유기동물 중 법정공고 기간을 거쳐 보호자를 찾지 못할 시 안락사 된다는 방침 때문이다. 또 유기동물보호소 입소 후 동물들이 좁은 케이지 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과 전염병 감염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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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발표한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2022년 11만3440마리로 집계됐다. 이중 안락사 집행건수는 1만9043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1만8406건보다 600건가량이 늘었다.

이 때문에 습득 후 임시보호를 하거나 동물구조센터 또는 동물병원을 택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보호소 입소 대신 임시보호를 하고 싶더라도 질환이 있는 유기동물이나 어린 개체 외 임시보호 자격이 주어지지 않고 보호소 입소 절차 없이 지자체의 입양 공고가 불가능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센터 생명공감 관계자는 “‘아픈 아이들’이나 ‘어린자견’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만 임시보호가 가능하고 오히려 건강한 개체에 대해서는 임시보호 자격이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동물보호법 조항에 따라 지자체 입소하지 않고는 지자체의 입양공고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기견, 유기묘들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임시보호 자격 조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유기동물은 유실물에 해당하는 법적지위가 있기때문에 유기동물 습득 시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절차에 해당한다”며 “보호소에 매년 1000마리씩 입소하면서 인도적 처리를 하고 있지만 법정공고기간 10일 이후에도 많게는 4개월 이상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임시보호하는 동안 지자체가 공고를 내 보호자를 찾더라도 10일의 법적공고 기간 이후에는 소유권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입소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동물단체에서 지적하는 것 처럼 보호소의 환경이 결코 열악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입소 절차 없이 지자체를 통한 입양이 불가해지면서 민간 입양을 통한 입양 방식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검증 안된 보호자에게 마구잡이식 입양이 이뤄지면서 동물학대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SNS를 통해 학대를 목적으로 유기견과 유기묘를 민간 입양한 20대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이 남성이 입양한 유기견이 자신에게 해코지를 했다며 목을 졸라 죽였고 입양한 유기견만 9마리 이상이 되지만 그가 입양한 유기견들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작위로 이뤄지는 입양 방식으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엄격한 자격 검증 절차와 지자체의 유기동물 보호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경미 동물구조센터 생명공감 이사장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현실 상황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경직된 행정절차에 유기동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유기동물의 입양자격 조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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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유기견 강제 입소 조치…동물보호단체 반발 동물구조단체 생명공감(이하 단체)이 도내 지자체의 '유기동물보호소 강제 입소' 조치를 두고, 경기도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6일 인천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20일 고양시 화정동 길거리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발견돼 단체가 구조에 나섰다.이후 동물 등록 여부를 파악, 견주에게 인계하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견주는 연락을 회피했다.이에 단체는 동물 유기로 보고 경기도와 고양시에 견주에 대한 처벌과 조치를 요구했다. 시는 견주 소재 파악 이전까지 해당 유기견에 대한 유기동물보호소 입소를 안내했다.이에 단체는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