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협력 선언 뒤 강행
군포서 안양·과천 거쳐야 서울
지역한정 교통패스 혼란 예고
군포시 “세부 사항 계속 협의”
경기패스는 어디서나 혜택 강점
정부와 경기·인천·서울의 교통정책 협력 강화 선언이 불과 일주일여 만에 헛구호에 그치게 됐다. 서울시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김포에 이어 군포시와 기후동행카드 사업 협약을 강행하면서다.
▲서울시에 뒤통수 맞은 경기도
2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경기·인천·서울은 지난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K-패스(국토부)', 'The 경기패스(경기)', 'I-패스(인천)', '기후동행카드(서울)'의 정책적 정보 공유와 함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시 공동 기자회견을 구상하고 마련한 국토부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간에 협의할 수 있도록 해놨다고도 했다.
박상일 장관은 “국토부에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어서 각 지자체 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조정할 수 있다”며 “통합이 필요한 것은 서로 협의해서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무색하게 서울시는 경기도 등 관계기관과 아무 협의도 없이 오는 31일 군포시와 기후동행카드 업무협약을 맺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김포시와 업무협약을 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쯤부터 군포시와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논의해왔다. 다만 서울시는 지자체 간 교통 협력 강화를 선언한 지난 22일 이후에도 경기도와 별 논의 없이 협약을 확정했다. 협약 내용은 지난해 12월 먼저 협약을 맺은 김포시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이어 군포시 협약 체결부터
서울시가 군포시와 협약을 맺기로 했지만, 세부적으로 합의된 건 없다. 서울시가 군포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광역버스에도 혜택을 주겠다며 큰 틀에서만 얘기한 정도다. 구체적으로 군포시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어느 정도 예산을 분담할지 아직 조율된 게 없다. 사업 시행 시기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김포시와도 지난해 12월 협약만 맺었을 뿐, 실무적으로 논의를 진전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이 김포시에서 올해 4월부터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구상과 달리 김포시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용역도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김포시는 빨라도 용역이 끝나고 나서도 올해 하반기에나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군포시에서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시행해 지하철과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혜택을 적용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서울시의 사업은 지역 안에서 운영되는 지하철·시내버스·공공자전거와 사업에 참여하는 김포·군포시 등 내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만 혜택이 주어진다. 서울시 사업은 경기도의 'The 경기패스'처럼 어디서든 이용하면 혜택을 주는 '이용자' 관점이 아니라 '지역' 관점에서 설계됐다.
이 때문에 군포시에서 서울시까지 안양·과천시를 거쳐야 하는 특성상 혼란을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 1호선을 보면 군포역에서 안양시에 속하는 금정·명학·안양·석수역을 지나야 서울시에 갈 수 있다. 시민들이 군포역에서 이들 역 중 한 곳에서 내려 환승해야 한다면 혜택이 적용되는지 불분명하다. 서울시와 군포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협의한 적도 없다. 서울시가 안양시와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 협약을 맺어 해결할 수도 있지만, 안양시는 사업 참여를 아예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 사업은 그저 서울시에서 하는 정책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지 검토한 적은 없다”며 “이미 K패스와 경기패스를 하기로 했기에 당분간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계획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 단계에 있었는데 얘기가 급진전해서 협약을 맺으려 한다”며 “큰 틀에선 지하철 1·4호선과 광역버스 이용자들이 많아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합의가 됐고 다른 세부적인 부분은 무 자르듯이 결정할 게 아니다. 계속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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