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MZ세대, 포천시는 이렇게 했다] (하)

이창식 팀장, 신규 공무원 교육
민원 현장 적용 자료 직접 제작
이 팀장 “공직생활 적응 도울 것”
후배 “할 수 있다 자신감 생겨”
▲ 이창식 신산업개발팀장(오른쪽)이 MZ세대 토목직 비전공자 신규 공무원한테 민원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한 자료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이창식 신산업개발팀장(오른쪽)이 MZ세대 토목직 비전공자 신규 공무원한테 민원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한 자료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새로 지은 포천시청 건물 5층 회의실에 불이 켜졌다. 한 공무원이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책상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러고선 책상에 홀로 앉아 자료를 훑어봤다. 몇분이 지나자 젊은 친구들이 밝게 웃으면서 “팀장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자료를 준비한 사람은 이창식(시설직·6급) 미래도시과 신산업개발팀장이고, 젊은 친구들은 포천시청에 갓 입사한 MZ세대 새내기 공무원(토목직)이었다.

이들이 함께한 시간은 일상업무를 끝낸 뒤였다. 퇴근도 하지 않고 늦은 시간에 왜 모였는지 궁금했다. 문틈 사이로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창식 팀장이 “오늘은 민원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보자”며 자료집을 펼쳤다. 새내기들도 책상에 놓인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

새내기들은 이 팀장이 직접 삽화(그림)까지 그려 넣어 핵심만 정리한 자료를 본 뒤 “팀장님, 명쾌한 교육 잘 듣겠다”며 눈을 크게 떴다.

한참 동안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직원은 이 팀장이 자리를 옮겨 알아듣게 자세히 설명해줬다. 교육은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 이창식 신산업개발팀장(오른쪽)이 MZ세대 토목직 비전공자 신규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사감독관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이창식 신산업개발팀장(오른쪽)이 MZ세대 토목직 비전공자 신규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사감독관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장을 나서는 새내기들은 “새로운 걸 또 배웠다”, “삽화를 그려 넣어서 그런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이젠 나도 전문가 소리 듣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후배들한테 교육을 가르친 이 팀장의 얼굴도 피곤함보다는 밝아 보였다. 그는 토목직과 비전공자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비전공자인 MZ세대 새내기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모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전공자인 후배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강원도 철원군까지 출퇴근하면서 2개월 동안 틈틈이 233쪽 분량의 공사감독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작했다.

책으로 된 교육자료가 완성된 뒤에는 후배들에게 “교육을 해줄 테니 배워보겠냐”고 묻자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새내기 17명 중 16명이 찬성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6시30분에 교육을 진행했다. 새내기들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핵심만 정리해서 알려줬다.

▲ MZ세대 토목직 비전공자 신규 공무원들이 이창식 신산업개발팀장이 직접 제작한 자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MZ세대 토목직 비전공자 신규 공무원들이 이창식 신산업개발팀장이 직접 제작한 자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때로는 이해도를 높이려고 자료에 그림도 그려 넣고, 손으로 직접 글씨까지 썼다. 민원현장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집도 찾아서 건넸다.

그랬더니 후배들이 점심시간 때도 찾아와 궁금한 내용을 가르쳐달라고 매달렸다. 이 팀장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동료들도 부러워했다.

입사한 지 14개월 된 최승식(9급) 주무관은 “입사했을 때는 뭐를 해야 할지 불안했고, 긴장됐다. 혹시 민원인을 상대로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섰다”면서 “때마침 우리 같은 비전공자를 위해 교육을 해준다고 해서 반신 반으로 참여했는데 첫날부터 눈에 쏙 들어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창식 팀장은 “비전공자들이 민원현장에 나갔다가 잘 몰라서 힘들어하거나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꾸 그만둬 안타까웠다.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서 “선배로 대우받기보단 후배들이 공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을 다 쏟겠다”고 말했다.

/포천=글·사진 이광덕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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