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MZ세대, 포천시는 이렇게 했다] (상)

81명 새내기 공무원과 면담
본인 공직생활 경험담 풀어내
공무원 “시장님 경험담 큰 힘”
▲ 백영현 포천시장이 MZ세대 새내기 공무원에게 자신의 공직생활 경험담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몇번의 고비는 온다. 처음엔 어렵지만 잘 버티고 적응하면 30년 뒤엔 내가 포천을 이만큼 발전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백영현 포천시장이 신규로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건넨 말이다. 포천에서 태어난 백 시장은 지난 1987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첫 근무지는 고향인 이동면사무소였다. 그런데 출근해서 온종일 도로변의 풀을 깎고 화단을 조성하는 게 일과였다. 너무 지루했다.

며칠 뒤 공무원의 할 일이 이런 건가 싶어 '그만두겠다'고 결심했다. 3일간 출근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꾸지람도 들었다.

참다못한 어머니가 면장을 찾아가 '제발 사표 수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못 이기는 척하고 출근했다. 그리고 30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백 시장도 MZ세대처럼 공직생활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MZ세대들이 겪는 고충과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요즘 MZ세대 신규 공무원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일이 잦다. 적응한다 해도 톡톡 튀는 말과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들은 새내기 공무원들이 공직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포천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MZ세대와 기성(꼰대)세대가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달라 마찰을 빚곤 한다. MZ세대가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백영현 포천시장이 MZ세대 새내기 공무원이 건넨 쪽지를 읽은 뒤 고충을 상담하고 있다. 

포천은 꼰대들이 MZ세대에 다가서지 못할 때 백영현 시장이 직접 나섰다. 신규로 들어온 81명의 새내기 공무원을 5명씩 시장실로 불렀다. 이때가 지난 2022년 12월이다.

사진 찍고 잠깐 대화하는 보여주기식 자리가 아니었다. 음악도 흘러나왔고, 차도 마셨다. 틀에 박힌 대화보다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얘기가 오갔다.

백 시장이 “청심환 먹고 왔냐”고 농담을 건네자 새내기들은 “먹어야 하는데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함께했던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백 시장은 자신의 공직생활 경험담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일하면서 욕먹었던 일, 즐거웠던 일 등 수많은 사연을 거침없이 꺼냈다. 이러면서 MZ세대와 가까워졌다.

MZ세대와 함께 한 소통공감토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 2022년부터 지금까지 29회에 걸쳐 총 145명이 시장과 대화를 나눴다.

오래전 기성세대가 시장실도 들어가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인지 포천에서 일하는 MZ세대들은 지금 공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2년 차에 접어든 새내기 공무원은 “시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떨렸다. 미숙한 업무로 흔들릴 때 그만두고 싶었는데, 편안하게 대해줘 너무 고마웠다”면서 “지금은 시장님의 경험담이 큰 힘이 됐다. 복도에서 만나면 '힘들 때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다.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소통을 강조한 백 시장의 스스럼없는 행동이 MZ세대의 마음을 훔친 결과다. 시는 앞으로도 신규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백영현 시장은 “내 딸도 MZ세대 공무원이다. 누구든지 힘들면 그만두고 싶어한다. 그런데 고비만 잘 넘기면 힘든 일보다 보람된 일이 더 많다”며 “MZ세대들이 공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MZ세대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포천=글·사진 이광덕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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