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설립~작성 전, 인정 못받는 피해자 1000여명

국가기록원·경기도 공문엔 5700여명
도, 원아 대장 4691명 외 거부
“비교 자료 있어야 지원 가능”

행안부 “특별법 발의땐 검토”
책임 떠넘기고 사과도 안해
부처와 협의도 단 한번 없어

경기도의 원아 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무려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일제가 설립한 1942년부터 원아 대장을 작성하기 이전인 1954년까지의 피해자들이다.

원아 대장엔 4691명인 것과 달리 국가기록원이나 경기도 부녀아동과가 작성한 공문엔 5700여명으로 명시됐다. 이 중 한 피해자가 올해 도의 지원사업에 신청했는데, 도는 원아 대장 이외의 대상자는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정부 역시 국회에서 추가조사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돼야만 검토할 수 있다며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 지난달 25일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유해 집단 암매장지에서 피해 유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이 발굴된 분묘를 바라보고 있다(왼쪽).한 피해 생존자가 현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른쪽 아래). 현장에서 수습된 치아,진화위 관계자는 12~15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유골과 유품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한국선사문화연구원에 보관되어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지난 10월 25일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유해 집단 암매장지에서 피해 유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이 발굴된 분묘를 바라보고 있다(왼쪽).한 피해 생존자가 현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른쪽 아래). 현장에서 수습된 치아,진화위 관계자는 12~15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천일보DB

▲기록되지 않은 입소자들…경기도 “인정 못 해”

2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내부 기구인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14일 피해 입증이 불가능한 대상자들에 대한 지원기준 신설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행정1부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선감학원 사건 생존자 대표, 전문가 등 15명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주로 올해 1월부터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500만원의 위로금, 월 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 등을 신청하는 대상자들을 심의한다.

이때 위원회가 지원기준 신설 방안을 논의한 이유는 이일성(82)씨가 지원금 지급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1952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선감학원에 입소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다.

현재 4691명의 명단이 담긴 도의 원아 대장은 1955~1982년에 해당한다. 일제가 운영하기 시작한 1942년부터 3년여는 물론 운영권이 경기도로 넘어간 1945~1954년까지의 명단은 없다. 전체 12년여 동안 입소한 피해자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다만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1982년 7월15일 기준 '선감학원 수용아동 현황'에 따르면 누적까지 5774명으로 나타났다. 1982년 7월29일 경기도 부녀아동과가 작성한 공문상엔 5759명으로 적혔다. 도가 주요 자료로 활용하는 원아 대장에 담긴 4691명과 모두 1000여명의 차이가 난다.

도의 원아 대장에 12년여의 공백이 있다는 점, 국가기록원과 경기도 부녀아동과가 작성한 자료가 57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씨와 같은 실제 피해자는 1000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감학원 사건 생존자 대표와 전문가 등 위원들은 논의 자리에서 이씨와 같은 피해자들을 다른 사람의 진술을 통해 증명해주는 인우보증 제도로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위원들은 그래도 대상자들의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면 도가 국가폭력 조사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건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도는 이러한 의견들을 전부 거절했다. 위원회에서 의견이 나오더라도 도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책에 반영될 수가 없다. 도는 원아 대장과 비교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논의되긴 했지만, 입증이 불가능하다면 지원이 곤란하다”며 “위원회에서 제고해달라는 얘기들이 나왔고 다시 얘기해보자고 했지만, 방침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진화위, 추가조사 권고…경기도는 '절반 이행' 정부는 '모르쇠'

이씨처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진화위는 지난해 10월20일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화위는 이들 기관에 추가 피해자를 계속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권고했다.

진화위는 당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국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활동 종료 이후에도 추가 확인되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활동을 제도화해 피해인정, 피해지원을 위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담당 부처를 지정해 해당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도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여 동안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신고센터'를 운영했다. 다만 도는 이씨처럼 1942~1954년에 입소한 피해자들을 조사하진 않았다. 진화위의 권고를 반만 지킨 셈이다.

행안부는 특별법 제정과 연계해 검토하겠다며 자신들의 업무를 국회로 떠넘기고 있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돼야만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안 발의는 행안부도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행안부는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감학원 피해자 166명은 정부와 경기도 상대로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진화위의 사과 권고받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찾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행안부는 여태 이들 부처와 만나 협의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경찰청은 행안부와 한 차례 유선상으로 논의한 게 전부다.

행안부 관계자는 “추가 조사 관련 특별법은 국회에서 일정 수준 논의되면서 발의한다고 해 발의 이후 검토를 하고 지원하려 한다”며 “정부 차원의 사과는 시기나 방법 등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인규·정해림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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