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 공간 꾸며 도시 대표 이미지 만들어야

해안선, 항만·산업 단지·도로에 점유
인천시, 공원·광장 등 수변 공간 조성

원도심, 고속도로·산단·철도로 고립
주변 지역과 보행 공간 연결 통해 극복
가로-바다 직면, 선형 공간 확보로 해결
산업·항만 시설 경관과 운영 양립 가능
탄소 흡수원 역할 '도시 갯벌' 보전해야
▲ 독일 함부르크 항구도시 하펜시티의 선형 수변 공간. /사진출처=Piet Niemann
▲ 독일 함부르크 항구도시 하펜시티의 선형 수변 공간. /사진출처=Piet Niemann

인천은 강화군, 옹진군 등 섬 지역을 제외하고도 긴 해안선을 가진 해안 도시다. 하지만 인천시민이 바다를 인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주요 요소로 인식하는 정도가 높지 않다. 인천은 행정 구역 면적이 넓고, 어업 등 바다에 바탕을 둔 산업 비중이 부산이나 여수, 통영과 같은 해안도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항만, 산업 시설, 매립지 등이 해안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 시민들이 일상 공간의 배경이자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해안선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여러 도시는 강과 바다 등 수변 공간을 시민을 위한 매력 있는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도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변 공간을 경관 조망의 대상으로서, 혹은 경관을 바라보는 조망점으로서 적극 활용하게 된다. 뉴욕, 시드니, 홍콩 하면 떠올리게 되고 관광 엽서에서도 볼 수 있는 수변의 도시 경관이 바로 그것이다. 그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이 상징적 경관의 장소를 기억하고 사진을 찍게 된다.

세계 여러 해안 도시도 인천과 마찬가지로 공업용수로 바닷물이 필요한 산업 시설이나, 시가지 외곽을 지나는 자동차 전용도로 등이 해안선을 점유하는 상황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하여 이러한 공간과 시가지가 맞닿게 되고, 도시 공공 공간 수요가 커지면서 수변 공간을 시민 공간으로 가져온 사례들도 증가하고 있다. 해안선과 나란히 놓인 고속도로를 덮고 주변 산업 단지와 함께 대규모 수변 공원을 조성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수변 공간을 가로막은 고가도로를 지하화하고 공원을 조성한 미국 보스턴 등이 그 예다.

물론 수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인천의 변화와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 도시에서 수변 공간이 지니는 가치를 인식하고 인천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시민들의 요구도 컸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구간인 월미도, 연안부두에 공원과 광장을 정비하거나 청라, 송도, 논현 등 신도시에 대규모 수변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의 도시 구조와 해안 특성 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잠재성에 주목하고, 해안선과 수변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인천 내항의 산업 경관./사진=필자
▲ 인천 내항의 산업 경관./사진=필자

첫째, 인천 원도심과 외부를 잇는 공간적 장치로서 수변 공간의 잠재성이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인천 도시 구조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인천은 기성 시가지의 정비보다는 평면적 확장을 위주로 도시 개발을 지속해왔다. 여기에 인천과 서울 및 수도권을 잇는 동서 방향의 고속도로, 그 끝에 매달려 있는 대규모 산업 단지, 1호선 지상철 구간, 곳곳의 수로와 구릉 산지는 개발 시기가 다른 인천의 각 지역을 체스판처럼 구획한다. 특히 원도심은 서측은 바다, 남측과 북측에는 산업 단지, 동측은 경인고속도로로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다.

인천 도시 공간의 불연속성은 사람들의 생활권을 한정하고, 이를 벗어난 여가 활동과 소비의 빈도를 낮춘다. 또한, 도시 한쪽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다. 이런 이유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서는 원도심 내부에 변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도심에서 신시가지에 이르는 도시 공간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올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천대로 지하화 및 공원 조성 사업과 함께 수변 공간은 원도심과 주변 지역의 단절을 극복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해안선과 육지를 파고든 수로에 면한 연속적인 수변 공간은 송도 신도시에서 원도심을 거쳐 북측 산업 단지까지 보행과 다양한 1인 이동 수단으로 연결할 수 있다. 여기서 기대해야 할 이용 행태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종주하는 것이 아니며, 단절된 각 영역에서 인접 영역으로 조금씩 방문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따라서 시점과 종점보다는 중간 중간 도시 내부로 이어지는 결절점이 중요하며, 그 간격이 짧을수록 좋다.

둘째, 도시가 바다와 바로 닿아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간척과 매립으로 점철된 인천 도시 개발의 궤적에서 안타깝게도 자연적인 해안선은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그 결과 시가지의 끝이 곧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고 도시의 가로는 바다와 직면한다. 도시의 일상 공간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어 방문에 부담이 없다는 것은 공공 공간 활성화의 핵심 조건이며, 원도심 해안선이 지닌 중요한 잠재성이다.

원도심의 해안선 인접 구역은 상당 구간 산업·항만 시설이 점유하고 있어 수변 공간을 조성할 땅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수변 공간을 넓은 폭의 공원이나 광장의 형태로만 확보할 필요는 없다. 최근 잼버리 행사에서 보듯 넓은 개방 공간이 꼭 매력 있는 공공 공간이라 할 수는 없다. 공공 공간의 접근성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절대적인 면적보다 도시와 접하는 길이도 중요하다. 서울 경의선 숲길 조성 이후 국회대로·경인고속도로 공원화 등 다수의 선형 공공 공간 조성이 추진되는 이유이다.

▲ 인천의 갯벌./사진=필자
▲ 인천의 갯벌./사진=필자

셋째, 인천 해안선의 다양한 자연-인문 환경이 지닌 경관 자원의 잠재성이다. 앞서 언급한 해안선을 점유하고 있는 산업·항만 시설을 비롯하여 수산 시장,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신도시, 갯벌과 염생 식물, 월미산 등 매우 상이한 도시 기능과 생태 환경이 비교적 길지 않은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정온한 정주 환경이나 푸른 바다, 모래 해변 같은 전형적인 해안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인천의 산업·항만 시설과 갯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대한 박공지붕의 창고와 공장, 색색의 크레인과 컨테이너 등 비일상적인 크기와 형상이 압도하는 산업·항만 시설의 독특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 경관을 장소의 개성으로 보는 인식이 커졌고, 보행자의 안전과 산업·항만 시설의 운영과 보안을 양립시킬 디자인적 해법도 가능하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오래된 산업 지역에 품격 높은 조경과 공간 환경 디자인을 적용하여 매력 있는 여가 문화 공간으로 만든 사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만의 지형적 특징으로 형성된 인천 갯벌은 간척과 매립으로 상당한 면적이 사라졌지만, 일부 해안선에는 남아있다. 갯벌이 발달한 다른 지역에서 갯벌은 해루질 등 어업 활동의 터전이며 어촌 경관의 일부라면, 인천의 육지부 해안선의 갯벌은 시가지와 맞닿은 '도시 갯벌'로서 흔치 않은 경관을 만든다. 생태적으로도 갯벌의 염생 식물은 색다른 경관 자원인 동시에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갯벌의 저서생물은 갯벌 깊숙이 산소를 공급하여 혐기성 미생물로 인한 악취를 줄이는데, 이는 곧 바다에 맞닿은 도시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인천의 수변 공간에서 갯벌의 존재를 소거할 수 없으며, 갯벌의 생태를 보전하고 갯벌의 경관적 특징에 맞는 수변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다차원적인 가치를 낳는다.

'글로벌 도시 인천을 위한 문화비전'을 그리는데 바다는 인천의 중요한 정체성이자 아직은 그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자원이다. 수변 공간이 인천의 도시 경제 근간인 동시에 시민의 공간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가능하며 또한 너무나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수변 공간의 회복을 단순히 바닷가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인천 원도심의 재생을 이끌 공간 구조적 전략이며, 인천 특유의 방식으로 도시와 바다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설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 유영수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 유영수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유영수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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