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마약 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 시장이 되었다. 일부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던 마약이 지금은 청소년 학생까지 파고들자, 정부는 마약 퇴치에 관심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약 퇴치는 전시 효과적인 업무협약과 유명 인사들의 노 엑시트(NO EXIT) 마약 근절 캠페인 동참 홍보를 한다고 성과를 얻는 것이 아니다. 먼저 예산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 제29회 (사)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 글짓기 공모전을 심사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참여율이 낮아 애꿎은 담당 직원만 여기저기에 전화하는 등 애를 태웠다.
참여율이 낮은 원인이 있었다. 최고 수상자에게 부여하던 대학입시 특혜제도가 사라진 후 학생들의 관심이 뚝 떨어졌다. 보잘것없는 상금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인천마약퇴치 공모전 1등 대상(인천시장) 상금은 50만 원이었다. 이때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도 응모해 마약 중독의 심각성과 예방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대상 수상작을 고민하며 공모전 담당자에게 지난해 상금을 확인했다. 예산이 깎여 인천시장 상 상금이 15만 원으로 감소했단다. 2등(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장)과 3등(인천마퇴본부장) 상금은 8만 원, 최우수상(시의회, 시교육청, 인천지방검찰청, 경인식약청)은 7만 원, 우수상(인천시약사회장)은 5만 원, 장려상은 3만 원이란다. 설날 세뱃돈에도 못 미치는 상금이다. 이러니 응모작이 점점 줄고 고등학생은 아무도 응모하지 않았다. 한때는 예산 타령을 하며 수상 작품을 게재해 마약 퇴치 예방 및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책자조차 만들지 말라고 한 적도 있었다.
(사)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92년, 대한약사회 산하 각 시·도지부 약사회 단위로 설립되었다. 이후 30년간 정부의 마약퇴치 사업을 주관해 온 민간단체다. 마약 중독자 상담과 재활 사업, 예방 캠페인, 약물 오남용 예방, 마약퇴치 예방 글짓기 및 포스터 공모전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해 왔다.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마약 관련 업무를 음지에서 묵묵히 수행해 온 것이다.
인천마퇴본부에는 3명의 직원이 마약 및 금연 상담, 내근과 외근 캠페인 등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인건비 예산이 거의 없어 국가 보조비와 인천시약사회 등 외부의 성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내가 인천시약사회장 시절 회원 성금으로 마약퇴치 홍보물을 사들여 기증하겠다고 하자 당시 인천마퇴본부장은 현금 아니면 안 받겠다며 거절했다. 직원 인건비가 더 급했기 때문이다.
마약 퇴치 업무는 국가가 나서야 할 사업이다. 마퇴운동본부는 민간단체로 국가 업무를 대행할 뿐이므로 예산을 증액시켜야 한다.
/김사연 전 인천문인협회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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