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동요 속 가사와는 달리 기찻길 옆 한 작은 마을에는 이 같은 평온함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인천시 중구 신흥동 26통 130여가구 주민들은 1천여t이 넘는 석탄을 싣고 매일 4∼5회씩 자신들 집 앞을 지나는 열차 때문에 더이상 살 수 없다며 저마다 대책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주민들의 대책과 요구는 한 동네 이웃이지만 서로 상반된다.
 한쪽에선 철길을 철도청 계획대로 하루빨리 이설해 달라는 것이며, 다른 한쪽에서는 형평선에 어긋나는 철길 이설은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옛 수인선 철길은 마을 앞 능안삼거리 앞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인천역과 남항을 향하고 있어 철도청은 마을 한쪽을 지나는 철길을 없애고 마을을 지나는 구간은 한쪽 철길만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한쪽 철길의 통행량이 두배로 증가하게 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웃간에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50년을 넘게 이곳 철길 옆에서 살았다는 최모씨(78)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온 이웃이지만 자신들만 살겠다며 철길 이설을 요구할 때는 이웃이 아니라 원수 같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최씨는 열차가 지날 때마다 벽이 금가고 천장이 무너질 것만 같은데 힘없고 가난한 노인이라고 해서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이설계획이 있는 반대편 철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40)도 “다른 한쪽 철길에 친동생이 자신과 똑같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형제간 의마저 상했다”며 동생의 처지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철길 이설을 요구하는 한쪽은 열차 통행에 따른 소음과 진동으로 건물에 금이 가고 아이들이 놀라 경기를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수십년을 참고 살아온 철길을 이제 와서 옮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라며 철길 이설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철도청은 오는 28일 이해관계가 다른 주민들을 상대로 협의점을 찾아 철로 이설을 재계획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진 주민들과 타협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건태기자> gunta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