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은 1888년 개항지 인천에 세워진 대불호텔이다. 그만큼 국내 '호텔 역사'에서도 인천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국 근대사에서 대불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지역마다 호텔들이 즐비하지만, 개화기 조선엔 이렇다 할 숙박시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조선을 찾은 이방인들은 불편한 잠자리를 견뎌야 했다고 전해진다.
경인선 철도가 놓이기 전 인천에서 서울로 가려면 아주 오래 걸렸다. 1883년 개항한 제물포항을 통해 이 땅을 밟은 외국인들은 인천에서 묵어야만 했는데, 대불호텔은 이런 수요를 바탕으로 생겨났다. 일본 해운업자가 중구 중앙동에 세운 이 호텔은 서양식으로 설계된 3층 벽돌 건물이었다. 침대가 딸린 객실 11개와 다다미 240개 규모로, 꽤 컸다고 짐작된다.
대불호텔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당시 대불호텔을 본딴 복원 건물(신포로)이 어줍잖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경인선 개통(1899년 9월18일)으로 숙박수요가 감소하자 경영난에 직면한 대불호텔은 1918년 중국인에게 인수돼 중국음식점인 중화루로 간판을 고쳐 달았다. 이후 '전국 3대 중국집'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1978년 건물을 헐어낸 뒤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대불호텔 터는 상가 신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발견돼 다시금 세상에 알려졌다.
대불호텔 폐업 후 인천엔 한참동안 호텔이 없었다. 1960년대까지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호텔을 운영하기란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1965년 12월 중구 항동1가에 올림포스호텔이 문을 열었다. 내항과 과거 개항장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해 뛰어난 조망을 자랑했다. 지하 2층∼지상 8층, 객실 176개. 스카이라운지·연회장·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올림포스호텔은 역사적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개항기 옛 영국영사관 자리에 지어졌고, 1967년 카지노를 개설하면서 대외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서울보다 1년 앞선 국내 첫 외국인 전용 카지노였다. 호텔 내부엔 인천 최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도 놓였다.
이런 올림포스호텔이 적자 등의 문제로 지난 2019년 운영을 중단한 지 4년째를 맞는다. 하나 아직까지 별다른 개발 논의 없이 방치돼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지역에선 이 일대 상권 축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올림포스호텔 주변은 차이나타운과 월미도 등을 연계한 '인천 관광의 중심지'이어서다. 시가 추진 중인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핵심인 내항과도 가깝다. 지자체에선 호텔이 가진 역사적 가치 등을 감안해 하루빨리 호텔을 활용할 방안을 세웠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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