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빚은 걸작품 사이로 전쟁이 남긴 상흔이…

천연기념물 맨틀포획암 분포지
현무암 곳곳 노란 감람암 눈길
하늬해변 인근 물범바위·쉼터
점박이물범, 빼꼼히 머리 들어
두무진 갈·회색 층층 암석 장관
▲ 파랑기자단이 백령도 황해물범시민사업단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파랑기자단이 백령도 황해물범시민사업단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7월 파랑기자단은 마지막 탐방지로 인천 옹진군 백령도를 방문했다.

백령도는 다양한 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모습과 영겁의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걸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섬이다.

반면 북한과 가까운 이 섬은 철조망과 지뢰, 용치 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분단국이란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 살아 있는 자연 생태 교과서

파랑기자단의 첫 발길이 닿은 곳은 진촌리 사곶해변이었다.

자연 비행장으로 쓰였다기엔 해변이 그리 단단하지 않은 게 눈에 띄었다. 모래 날림이 심하고, 갯벌 진흙만큼 무른 사곶해변을 보니 원래 모습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촌리 맨틀포획 현무암 분포지는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현무암 곳곳 노란빛을 내는 감람암이 눈에 띄었다.

바닷물이 닿는 현무암 표면에는 따개비가 가득했고 바닥엔 미역과 파래가 널려 강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며, 그 옆에는 주민들이 조개를 캐고 있었다.

가치 있는 천연기념물과 주민 삶이 공존하는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하늬해변 해안가를 따라 뾰족하게 솟은 용치 뒤로는 물범바위와 물범 인공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파도가 거센 날이었던 만큼 간간이 보이는 흰 파도에서 머리를 내미는 수줍은 점박이물범들을 보았다.

점박이물범과 어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바다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하늬해변을 뒤로 했다.

 

▲ 영겁의 세월이 빚어낸 두무진

이튿날 매서운 바람과 함께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고 계단을 올라 두무진에 올라섰다.

안개가 많이 낀 탓에 먼 곳까지 내다볼 수는 없었지만, 10억년 세월을 품고 있는 두무진 자태는 경이로웠으며, 갈색과 회색의 암석들이 층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두무진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발길을 멈추게 한 화동습지에서 생물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용한 걸음으로 습지 생물과 호흡을 맞추었다.

습생 식물 사이로 먹이를 먹는 저어새가 보였고, 흰뺨검둥오리와 괭이갈매기들은 기자단이 습지를 벗어날 때까지 머리만 빼꼼 돌리며 움직임을 주시하는 듯했다.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폐염전 근처 화동습지는 이동하는 철새부터 텃새들까지 다양한 생물에게 조용하면서도 안락한 쉼터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생물들 은신처에서 느린 호흡을 함께하며 파랑기자단 여행기가 막을 내렸다.

/남국현·황희정 파랑기자단

 


 

[인터뷰]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주민과 모니터링…어민들 인식 개선”

“백령 중·고교 동아리 활동, 학생 진로 선택 계기 되기도”

▲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은 주민이 주도하는 물범 모니터링 의미를 역설했다.

그는 “백령도는 점박이물범 서식지로서 큰 관심을 받지만 전문가가 상주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주민 관심이 부족했던 지난날 지역 현장 변화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주민과 모니터링하면 물범 생활사나 지역 내 변화 등 구체적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인식 변화 또한 강조했다. 그는 “2013년 창설된 점사모(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와 백령 중·고등학교 물범 탐구 동아리 활동으로 백령도에서 물범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어민들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특히 물범 동아리를 이야기하며 그는 “학생들 동아리 활동이 물범에 대한 주민 개선에 영향을 주고 일부 학생의 진로 선택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는 문영희 점사모 회장도 “활동하면 할수록 백령도 주민들이 물범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물범의 매력을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파랑기자단

 


 

'뾰족뾰족' 용치, 주민들 철거-유지 논쟁

 

“흉물” vs “안보 경각심 무너져”

시민단체 “충분한 숙고 거쳐야”

▲ 백령도 해안가에 설치된 용치 모습.
▲ 백령도 해안가에 설치된 용치 모습.

30년 전 설치돼 이제는 백령도 일부로 인식되는 '용치'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을 14㎞ 앞에 둔 백령도는 군사적 요충지다.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았지만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전쟁 잔해가 남아 있다. 철조망과 지뢰, 그리고 용치가 대표적이다.

주민 대부분은 용치가 아름다운 섬의 경관을 망치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주민 홍종철씨는 “백령공항이 개항하면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광객들이 보기에 용치는 흉물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용치를 없애자고 적극 건의하기 어려운 것은 '북한 접경지역'이라는 백령도의 지리적 특징 때문이다.

섬에서 청년층에 해당하는 주민 김두선씨는 “용치를 철거하는 것은 안보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휴전 상황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용치는 냉전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용치 철거는 용치 설치 이전의 바다 생태계로 다시 생태를 돌리는 것이어서 충분한 숙고와 고려 과정을 거쳐 철거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예원 파랑기자단

 


 

주민협의체 '장 연구회' 지역 특산품 개발 한창

2021년 백령도가 '국가생태 관광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백령도만의 특산품'을 개발하려는 주민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백령도 주민 27명으로 구성된 협의체 '장 연구회' 활동이 대표적이다.

장 연구회에서는 백령도 콩을 활용한 된장과 청국장 등 특산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외부 교육을 받고, 백령도 콩을 거두며 장류 전문화와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백령도 내 물류망이 작고 판매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아직은 온라인 판매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2025년 건립 예정인 가칭 생태관광체험센터와 연계해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것이 장 연구회의 구상이다.

그동안 백령도에서는 백고구마와 까나리, 꽃게, 다시마 등을 특산물로 꼽아왔다.

이런 가운데 백령도 주민이 농사지은 콩으로 주민이 장을 만들고, 주민이 중심이 돼 이를 판매·유통하려는 시도는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신자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관광협의체 대표는 “백령도에서 유기농으로 지은 콩을 활용해 장류를 만들고 있다. 전문적 교육을 받으며 만든 장류인 만큼 관광객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다”며 “백령도 생태관광과 연계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동기 파랑기자단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녹색연합 ○후원: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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