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간 어우러진 넉넉한 삶과 만나다

해안선 따라 분바위 펼쳐져
주변엔 스트로마톨라이트도

성당 공소 뒤엔 김대건 신부상
유리창 스티커로 새 충돌 방지
국가철새연구센터 의미 되새겨

하늘과 바다가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신비로운 섬, 서해 최북단 섬들은 어떤 모습일까. 인천 섬바다 기자단 '파랑'은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소청도와 대청도, 백령도 등 3개 섬을 다녀왔다. 이들 섬의 생태·지리·문화·역사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인천일보와 인천녹색연합이 공동 주최하고 인천시가 후원하는 파랑은 청년 20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낯선 섬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주민 생활상을 살피고 섬 실태와 자연환경을 관찰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일보는 파랑이 3개 섬을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총 3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한다. 파랑의 영상 기사는 인천녹색연합 SNS에서도 볼 수 있다. '섬 크기는 작지만 민심만은 풍족했던 소청도', '살아 숨 쉬는 지질공원 대청도', '점박이물범과 어민의 행복한 공존을 꿈꾸는 백령도' 등 섬들의 다채로운 매력을 지면을 통해 느낄 수 있다.


▲ 소청도 분바위.
▲ 소청도 분바위.

파랑기자단 첫 목적지가 인천 옹진군 소청도로 정해졌다. 지난달 5일 궂은 날씨 탓에 승선이 지연돼 오전 11시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했다. 들떴던 기분도 잠시, 높은 파도로 취재 전부터 한바탕 고초를 겪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소청도 예동마을은 정겨운 어촌 모습이었다. 수많은 통발과 건조 중인 해조류가 소청도의 풍부한 수산자원을 자랑하듯 전시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풍족해졌다.

 

▲분을 칠한 바위, 작은 생태계를 이루다

30분가량 걸어 분바위에 도착했다. 웅장한 바위가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근처 암석에서는 파도로 인해 발달한 원형 구멍 '포트홀'이 드문드문 보였고, 암석의 오목한 부분에서는 파도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돌개구멍이 하얀 월띠를 따라 분포하고, 해안가 주변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어 마치 가로세로 줄무늬로 이어진 동굴에 들어온 듯했다. 줄무늬 사이로 보이는 여러 개 작은 구멍은 자연이 만든 작은 생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김대건 신부, 한반도 천주교 시초

마을 길을 따라 늘어선 벽화 길을 지나자 성당 공소 뒤편으로 김대건 신부상이 눈에 들어왔다. 공소는 주변과 어우러져 성스러운 공간을 그려냈고, 신부상은 동백나무를 배경으로 빼어난 자태를 드러냈다.

신부상은 비교적 최근 세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처음 세운 신부상은 바닷바람과 낙뢰에 의해 심하게 훼손돼 후대 신부들이 새로운 신부상을 건립했다고 한다. 현재는 옹진군에서 신부상을 정비하고 그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철새연구센터, 서해 조류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

햇살이 내리쬐는 산길을 걸어올라 국가철새연구센터에 방문하면서 소청도 여정을 마무리했다. 연구센터 유리창에는 독특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조류들이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스티커였다. 철새 서식지와 개체수 보존을 위해 연구하는 장소에 걸맞은 외형이라 국가철새연구센터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소청도는 서해 끝자락 작은 섬이지만, 풍족한 섬 민심을 느끼고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소였다.

/민상욱·황희정 파랑기자단


 

[인터뷰] 황재웅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

“중국 산둥반도 건너 첫 도래지...바이러스 전파 대비도 큰 목적”

▲ 황재웅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
▲ 황재웅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

소청도에 위치한 국가철새연구센터가 가시적 성과들을 내고 있다. 미기록 조류를 발견하는가 하면 철새의 새로운 이동 경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황재웅 연구사는 철새 연구를 두고 “새들의 서식지와 경유지, 번식지가 다 중요한 관찰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센터 입지와 관련해서는 소청도의 지리적 특징을 제시했다.

그는 “철새들이 중국 산둥반도를 건너 처음 만나는 곳이 서해5도 중에서도 소청도”라며 “소청도가 대청도나 백령도에 비해 크기가 작아서 철새들이 머무는 장소가 한정돼 있다. 그래서 서해5도 중 소청도에 연구센터가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국가철새연구센터의 연구 목적을 설명하면서는 방역과 국제 협력을 힘줘 이야기했다.

“새들은 방역 과정 없이 국가 간 이동을 하다 보니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연구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대비도 큰 목적입니다.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국제 협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계절마다 모습이 달라지는 새의 깃 갈이와 다양한 생김새 때문에 마치 포켓몬스터 도감을 채우는 것 같다는 황 연구사. 그는 “이전에는 장비를 이용해 새를 관찰하거나 멀리서 사진을 찍는 정도였지만, 연구를 시작한 후부터는 새를 찾아가는 일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유승호 파랑기자단


 

소청우체국, 섬마을 소통 창구 역할 '톡톡'

▲ 백령소청우체국.
▲ 백령소청우체국.

1979년 개국 이래 소청도를 지켜온 '백령소청우체국'은 일반 우체국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주민 생활에 맞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많은 군인이 상주하기에 군사우편 업무도 수행하지만 그래도 주요 고객은 주민이다. '도서·산간 추가 비용'도 받지 않는다.

소청도에서는 우체국만 배송을 담당한다. 해상 운송만 가능한 데다 왕복 7시간이 걸리는 소청도까지 영리 택배회사가 오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 생필품과 장병 위문품, 국가철새연구센터 시료와 연구 물품도 모두 우체국을 거친다. 악천후로 배가 연착하거나 결항되면 우편물도 발이 묶이게 된다.

김홍중 소청우체국장은 “소청도에는 도서지역까지 와서 군 생활을 하는 장병들과 면사무소, 연구소 직원들이 있다. 가깝게는 주민을 위한 일이지만 넓게 보면 국민을 위한 일”이라며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편함에는 광고지가 쌓이고 편의점에서도 택배를 보내는 세상에서 소청우체국과 같은 섬마을 우체국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조수영 파랑기자단


 

동백나무 군락지 천연기념물 지정해 보존을

옹진군 대청면 소청리 170의 1에 위치한 소청도 동백나무 군락지가 최근 천연기념물 등재에 실패했다.

현재 소청도에는 35그루의 동백나무가 존재한다. 박준복 소청도 지질해설사에 따르면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쓴 탓에 그 수가 줄었다고 한다.

소청도 동백나무 군락지는 생태적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동백나무가 북쪽 지방인 소청도에서 자생하기 때문이다. 소청도가 따뜻한 해류 영향을 받아 추운 날씨가 길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추측이다.

역사적 의미도 있다. 나무 대부분 수령이 200년 이상이고 크기도 우수하다. 동백나무 군락지 주변에 있는 조선 최초 신부, 김대건 신부상 또한 그 역사성을 높인다.

기록과 주민 증언에 따르면 과거 소청도에는 동백나무가 훨씬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동백나무 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존·관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김홍석 파랑기자단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녹색연합 ○후원: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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