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 후 타 도시 방문 관행 지속
손님 머물러야 상권 활성화 가능
전 세계 여행 시장을 호령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6년 만에 한국 땅을 찾는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뒤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유커'를 잠시 잊고 살던 인천의 하늘길과 뱃길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모여들기 직전이다. 인천이 서울의 관문을 넘어 유커들 발길을 사로잡는 독자적인 관광 콘텐츠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모나코에 본사를 두고 럭셔리 크루즈를 운영하는 '실버시 크루즈'(Silversea Cruise)의 선박 '실버뮤즈'(4만t급)는 오는 10월18일 인천항에 기항한다.
인천내항으로 오기로 한 이 배에서 내릴 수백명의 관광객들은 다시 떠나는 다음 날 19일 오후 5시까지 주로 인천보다는 서울에서 머물기로 했다.
실버시 크루즈 홈페이지를 통해 실버뮤즈 일정을 확인했더니, 24시간이 넘는 인천항 기항 중 인천 내 프로그램은 차이나타운 등 방문과 강화도 견학, 시내 드라이브가 전부였다.
이와 달리 서울 코스는 경복궁민속박물관,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거리, 서울 야경 등 각종 관광지 견학에 더해 서울 자유 투어까지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같은 달 20일 인천항을 찾을 실버시 크루즈의 '실버위스퍼'(2만8000t급) 일정도 실버뮤즈와 비슷하다.
내년 3월8일 인천항에 기항할 오세아니아 크루즈의 '리비에라'(6만6000t급) 선박의 현지 관광 일정에선 서울 중심 운영 방침이 확고하다. 중구 자유공원과 수산시장을 둘러보는 데 3시간30분만 할애하고 서울에선 7시간30분을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중단됐던 국제 크루즈선 입항이 지난 3월 인천에서 재개됐지만 '대한민국 서울(인천)' 꼬리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크루즈 유치가 인천항만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크루즈 관광객 유치 역시 지역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기껏 인천항에 내린 외국인들이 인천을 건너뛰고 서울을 찾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에선 배만 세우고 서울과 경기로 넘어가 육지 관광을 이어가는 크루즈 업계 행보는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그나마 월미도,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강화도 그리고 연안부두, 소래포구 정도만 인천 관광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방한 크루즈 관광의 질적 제고 방안'에 따르면 당시 주요 선사들의 인천 기항지 관광 상품은 크게 12개인 상황에서 인천 단독 구성은 1개가 고작이었다.
제주와 부산, 속초, 여수 크루즈 관광 상품은 대부분 지역 내에서 이뤄진다. 이들 크루즈터미널은 원도심 중심부에 있어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가 인천보다 유기적이다.
이러다 보니 부산 등지에선 '크루즈 재개=지역 경제 활성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는 증거들도 잇따른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부산에 정박한 크루즈선 입항일 동안 부산 시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카드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지역 상권 일 매출이 최대 30%대 증가했다는 BC카드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특히 크루즈선 체류 시간은 상권 매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데, 체류 시간이 6시간 이하인 관광객의 일평균 매출 지수를 100으로 치면 7∼10시간 체류한 관광객의 매출지수는 119, 10시간을 초과한 관광객의 매출지수는 122로 조사됐다.
그토록 기다리던 중국 크루즈 선박이 인천항에 와도, 관광객들이 인천에 머물지 않으면 지역 상권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빗장 풀린 韓 관광, 승객보다 승무원 지갑 연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