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노동자작업복 전용 세탁소가 생긴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참신한 걸!'이었다. 땀과 기름때에 절고, 유해화학물질 범벅인 작업복을 깨끗한 옷으로 되돌려 받는 상쾌한 기분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했다.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니 2~3년 전부터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이 같은 공동세탁소 문을 열었거나 준비 중이었다. 그렇다 해도 경기도가 작업복 세탁소 설립에 나선 건 박수 받을 일이다. 누가 먼저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회사는 작업복을 1년에 1~2차례 지급하기만 했지 세탁은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치명적인 독극물이 아닌 한 유해물질 얼룩은 노동자가 집에 가져가 스스로 해결법을 찾는 게 보통이다. 세탁소에 보내자니 부담이 만만찮고 집에서 빨거나 세탁하는 건 어려움이 매우 많다. 블루칼라 노동자도 산뜻한 작업복을 입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 현장노동자는 누추하고 꾀죄죄한 작업복으로 견뎌내는 이유다. 한 벌 1000~2000원에 처리해주는 전용 세탁소가 그래서 반갑다.
경기도가 설립한 '안산 블루밍 세탁소'는 지난 7월12일 안산 스마트허브 내 건물에서 문을 열었다. '블루밍'이라는 이름은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블루칼라'의 블루와 '꽃 같은'을 뜻하는 '블루밍(blooming)'을 포갠 작명이라 한다. 깨끗한 작업복으로 노동자들을 활짝 핀 꽃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미일 터이다. 한국노총 안산지역지부는 지난달 27일 블루밍 세탁소가 흥하기를 기원하며 재봉틀 1대를 기증했다.
10여 년 전 친분이 있는 정신과 의사 한 분이 동네에 세탁전문점을 연 적이 있다. 세탁소 직원은 모두 정신장애인이었다. 의사 선생에게 들어보니,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달리 정신장애인도 특정 업무는 꼼꼼하고 정확하게 처리한다고 한다. 정신장애인이 통합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려면 직업이 필요한데, 세탁 관련 업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과 시도들이 쌓인 덕분에 장애인들의 직업 영역이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넓어져 왔다. 안산 블루밍 세탁소도 경기도 장애인복지회 안산지부가 위탁 운영한다. 블루밍 세탁소가 흥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경기도는 오는 10월 시흥에 '블루밍 세탁소' 2호점을 열 예정이다. 공업단지가 안산과 시흥에 걸쳐 있으므로 그 도시에도 작업복 전용 세탁소가 필요할 터이다. 두 곳에 노동자들의 호평이 쏟아져서, 내년에는 경기도 남북 곳곳에 3호점, 4호점, n호점이 잇따라 문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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