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보다 날씨를 먼저 검색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폭우가 어느 정도 지나갔다 싶으니 온도부터 살핀다. 스마트폰이 예보하기를 8월 들어서면 최고기온이 33도로 치솟고 열대야도 이어지리라 한다. 말복(8월10일)이 지나면 나아질까 아니면 광복절? 어쩌면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8월 말까지도 찜통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해마다 찾아오는 더위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올여름이 가장 덥다고 한다.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주차장 쇼핑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30대 초반 노동자가 숨졌다. 최고기온 35도 날씨에 하루 4만3000보나 걸으며 일을 하다가 과도한 탈수로 인한 폐색전증이 왔다는 것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어도 3시간 내리 카트를 끌고 다녀야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물을 마시려면 5층 휴게실까지 가야 했는데, 지상 1층 주차장에서 5층까지 갔다 오면 휴식시간이 다 지나갔다. 그는 6월 초 주차장 카트 업무에 배치됐다.
2021년 온열질환 산재사망 노동자의 직종을 보면 건설노동자가 단연 많고, 환경·청소·경비직이 그 뒤를 잇는다. 택배기사, 하역·적재업, 물류노동자, 주방업무(급식노동자), 전제제품 수리원, 사회복지 종사자도 있다. 산재판정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비닐하우스 농업에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도 폭염 노동에 죽을 만큼 시달린다. 노동자들이 흘리는 팥죽땀이 아니면 우리 사회는 지속할 수 없을 터이나, 삼복염천 농부를 걱정하던 마음 씀씀이는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위체감지수(WBGT)라는 과학적인 지표가 있다. 기온과 습도와 복사열까지 고려해 산출한다. 기온이 미치는 영향이 10%, 습도는 70%, 복사열이 20%다. 예컨대 여름날 학교 조리실은 취사 열기와 대형 식기세척기의 고온 스팀으로 인해 체감더위가 살인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가 쨍쨍한 도로청소에 투입되는 한국도로공사 노동자는 아스팔트 복사열에 녹아난다. 작업의 강도가 낮아도 WBGT가 섭씨 30,6도면 매시간 15분씩 휴식시간을 주어야 하는 게 국제 표준이다. 32.2도를 넘으면 매시간 45분을 쉬고 15분만 일해야 한다.
한국 노동현장에서 WBGT 기준이 적용되는 작업장은 제철소 용광로나 유리공장 같은 일부 장소에 불과하다. 다른 노동자들은 더위 먹어 쓰러질 지경이어도 해고를 각오하지 않으면 일을 멈추지 못한다. 하남 마트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에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아, 덥다. 아니, 서늘하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