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IT 기술·친환경으로 부흥 에너지 채워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보카지역
탱고 선율과 매혹적 춤사위로 관광객 유혹

핀란드 헬싱키 인구 분산 택지 칼라사타마
쓰레기 파이프라인 수거·앱 연결 대중교통

수변 녹색도시 스웨덴 함마르비 허스타드
주거단지까지 물길 내고 태양열 이용 난방
▲ 인천 중구 인천항 내항 모습. /인천일보 DB
▲ 인천 중구 인천항 내항 모습. /인천일보 DB

대학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마크 트웨인의 에세이에서 항구는 내게 감성적인 공간으로 기억된다. 멀리 통통배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시끌벅적 일하는 모습, 뱃고동 소리를 내며 꿈을 갖고 출항하는 선박들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인천은 바다가 있는 항구도시다. 항구는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으로서 도시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문명의 발상지에 항구가 존재했던 것을 보면 도시문명의 발달은 항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성장을 견인했던 항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쇠락하게 된다. 세계의 항구도시는 쇠락한 항구에 어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을까? 이는 항구도시 인천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유는 오래전에 관람한 뮤지컬 '에비타' 때문이다. 에바 페론 역을 맡은 여배우의 열정적인 연기와 노래는 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내가 마치 붉은 벽돌의 대통령궁 앞의 마요광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에 커다란 격동이 일어났다. 가난한 아동들의 구호활동, 여성의 참정권 도입에 앞장섰던 에바, 대통령인 남편보다 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던 그녀였기에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군중을 맞이했던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가보고 싶은 도시로 환상처럼 남아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곳을 여행하게 된 것은 도시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궁금해서다. 그 정점에 탱고의 도시 아르헨티나 보카지역이 있다. 선착장에서 외양항로의 선원들이 쿠바 섬에서 유행하던 가요조의 음악을 전하였는데, 이 음악이 이후 탱고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 두 명의 댄서가 아르헨티나 보카 지역에서 시작된 탱고를 추고 있다.
▲ 두 명의 댄서가 아르헨티나 보카 지역에서 시작된 탱고를 추고 있다.

보카지역은 항구도시로서 무거운 짐을 옮기는 하역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다. 고단한 하역작업으로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대포 한잔하며 음악과 춤을 즐겼으리라.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전용극장에서 관람한 탱고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반도네온의 애절한 선율을 따라 4쌍의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은 매혹적인 사랑을 느끼게 했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열연한 배우처럼 예리한 각도로 움직이며 서로가 사랑을 각인시키는 장면처럼 여겨졌다.

탱고는 보카지역이 예술적인 도시로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다. 거리 곳곳에 흐르는 탱고 음악은 도시의 브랜드이며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매력 요인이다. 음악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이처럼 도시를 새롭게 재생하는데 지역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번째 인상적인 항구도시는 칼라사타마이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도심에서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옛 항구이다. 우리나라 말로 '물고기 항구'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핀란드에서 첫 유류를 취급하던 항구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곳은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곳으로 1860년 무렵부터 철도와 항만시설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업화를 견인했던 곳이다.

하지만 새로운 항구가 인근에 개발되면서 칼라사타마는 급속도로 쇠퇴해 버려진 항구로 전락했다. 누구도 찾지 않고 방치되었던 항구지역이 새롭게 변신하게 된 계기는 헬싱키의 늘어나는 인구를 분산시키고자 새로운 주택지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 핀란드 칼라사타마의 파이프라인 활용 쓰레기 수거 장치./사진제공=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 원장
▲ 핀란드 칼라사타마의 파이프라인 활용 쓰레기 수거 장치. /사진제공=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 원장

칼라사타마 도시는 '시민에게 1시간을 돌려 준다'는 모토로 시민이 편리한 스마트시티로 조성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전개해 왔다. 시민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지하 파이프라인을 활용하여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각 가정에서 버린 쓰레기가 빠르게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정한 지점에 모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리에는 쓰레기 수거 차량이 다니질 않아 소음이 없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라는 대중교통의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시내의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연결하여 이동의 편리성을 도모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이곳에 사는 것에 대단히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칼라사타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운용시스템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전기의 생산, 운반, 소비 과정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하여 더욱 효율성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이다.

세 번째 공유하고 싶은 항구도시는 스웨덴의 함마르비 허스타드(Harmmarby Sjvstad)이다. 함마르비는 제조업 중심의 공업지역이었는데,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산업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스톡홀름 시에서는 급증하는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함마르비 지역을 재개발하기로 결정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들을 이전시켜 수변 녹색도시로 조성했다.

▲ 스웨덴 함마르비 허스타드의 주거지 인근 수변공간./사진제공=함마르비시 누리집 갈무리
▲ 스웨덴 함마르비 허스타드의 주거지 인근 수변공간. /사진제공=함마르비시 누리집 갈무리

도시의 콘셉트는 자연이 공존하는 수변형 자원순환형 모델을 지닌 저탄소 녹색도시다. 주거지역은 중앙녹지대를 향한 열린 형태의 중정형 배치를 통해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고, 녹지와 연접해 물길을 주거단지 안으로 깊숙이 끌어와 수변공간을 최대한 많이 조성했다. 호수에 인접한 지역에는 목재 보행 데크를 설치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넓은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했다. 호수의 데크에서 햇빛을 쬐는 주민의 모습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함마르비는 자연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는 자원 절약적 도시이기도 하다. 폐수 및 폐기물로부터 재생 가능 에너지를 추출하고, 태양열을 이용한 히트 패널(Heat Panels)을 이용하여 개별 건축물에 연간 난방의 50%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절수 기기 등의 보급을 통해 물 사용량 25%를 감소시키고, 음식물 쓰레기를 회수해 비료로 만들었다.

이상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항구도시 인천을 문화적으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인천이 가지고 있는 최고와 최초의 근대 역사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자원을 이용해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한 문화적 공간이 썰렁하게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리적 재생이 도시의 '그릇'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 그릇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역의 주민이 즐거울 때 자연히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항구도시 인천은 스마트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편리하고 지능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환경오염을 측정하여 오염도를 보여주고 교통의 흐름을 좋게 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복지 의료서비스 등 민간 영역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여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친화형 녹색도시도 적극적으로 지향해야 한다. 환경오염이 없는 청정한 도시, 생활공간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푸르른 숲이 있어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디자인하자. 지금은 인천이 해양수변 녹색도시로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살려 우리와 다음 세대들이 행복한 도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

▲ 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 원장.
▲ 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 원장.

/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 원장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관련기사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글로벌 초일류 인천을 위한 산업유산 재활용 인천항 주변의 북성포구에서 만석부두 그리고 화수부두를 따라 근대화의 길을 열었던 아리마정미소, 조일양조장, 대한성냥공장, 동일방직 등의 산업 시설은 우리나라의 근대 산업 발달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흔적들이 장기간 방치되다가 개발 논리로 2011년 인천세관, 2012년 남한 최초의 근대적 소주 공장인 조일양조장, 2013년 조선우선주식회사의 창고였던 옛 국일관, 2017년 애경사 비누 공장 창고와 선박용 못을 제조한 신일철공소 등 하나 둘 지속적으로 사라졌다. 현재에도 철거냐 존치냐를 두고 민-관의 갈등이 빈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인천, 도시 이미지와 아우라 눈을 감고 세계 각지의 도시로 여행을 떠날 궁리를 한다. 이미 마음은 송도를 지나 인천대교에 오르고,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린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오른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영국 런던 템스강의 타워브릿지, 포르투갈 리스본의 28번 트램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도시는 땅 위에 세워진 건물과 각종 시설에서 사람들이 생활하고 활동해 나가며 공간에 특성을 부여하고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인간의 터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구(population), 활동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초일류 도시 인천, 글로벌 인재 육성이 핵심이다 인천이 초일류 도시를 향하여 발돋움하고 있다. 인천은 역사적으로도 지정학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개항 이후 새로운 문명의 교류 장소였으며, 산업화 시대에는 수출입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해 온 인천은 이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 이후 본격적인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민선 8기 인천시는 이러한 인천의 잠재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초일류 도시 조성이라는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일류 도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인천의 미래를 문화로 꽃피우자 문화 도시·문화 시민은 도시가 지향해야 할 유토피아셰익스피어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 대문호다.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때문에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가는 시작이 되었고, 영국이 유럽의 변방에서 문화 대국 대영제국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명곡은 몇 백 년이 흘러도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고, 명화는 몇 십 년이 흘러도 감흥이 남는다. 명품 도시는 세계인을 유혹하고 머무르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는 언제라도 다시 부수고 새로 짓고 싶어하는 대상일 뿐이다. 도시에 철학과 영혼이 없고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는 생명력이 있어야만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