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 후 '우후죽순'
2월 연수구서 끈에 목 걸린 대학생 다치기도
게시 장소 지정·개수 제한 등 내용 조례 개정
행안부, 재의 요구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전'
대법원 최종 판결 때까지 일제 정비 드라이브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정당 현수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역 곳곳에 무분별하게 게시된 정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탓에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칼을 빼든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 인천 연수구에서는 전동 킥보드를 타던 20대 대학생이 정당 현수막 게시용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현수막 끈은 성인 목 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된 데다가 야간이라 식별하기도 어려웠다.
정당 현수막의 내용도 소속 정당의 정책 홍보와 다른 정당에 대한 비방으로 가득해 정치혐오를 가중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게다가 일반 현수막 단속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민간 부문에서는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지정 게시대에 신고와 허가를 거쳐야 하지만, 정당은 게시 장소·수량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정당 현수막 게시를 규제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고 조례 위반 현수막 철거에 나섰다.
연수구에서 가장 먼저 조례 위반 현수막에 대한 일제 정비를 추진했다. 시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연수구 내 55개소에서 총 92개의 현수막을 철거하며 모든 정비를 완료했다.
시 관계자는 “정비 완료 이후에 새로 설치된 조례 위반 현수막은 없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순찰하며 정비할 계획이다”며 “이미 군수·구청장 협의회에서 조례에 따라 강력이 이행할 것에 결의한 만큼 철거 민원이 많은 지역부터 정비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에 칼 빼든 인천시, 시민 안전·공정성 최우선
그럼 대체 인천지역에는 얼마나 많은 정치 현수막이 걸려 있었던 걸까.
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총 811개의 정당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당 현수막이 도심을 뒤덮게 된 건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해당법으로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경우 게시 장소·수량·규격 등에 제한이 없다. 이때 별도의 신고나 허가도 필요 없다.
정당 현수막이 우후죽순 내걸리게 되면서 관련 민원은 빗발쳤다. 대로변이나 교차로 모퉁이에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차량 운전이나 보행 시 시야가 방해받거나 상가 간판을 가리는 등 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인한 불만이 쏟아졌다.
또, 옥외광고물법에 명시된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는 현수막 내용의 적합성을 판단·운용하는데에도 혼란이 발생했다.
그러자 시는 시민 안전 위험과 도시환경 저해 문제에 공감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박덕수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시 관계자와 10개 군·구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지난 3월 구성해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보행자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현수막의 설치를 구체화하는 제도 마련 ▲옥외광고물법령 개정건의 ▲현수막 게시시설 확충 및 정당 홍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시는 지난 4월 정당 현수막 규제를 담은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고 이는 지난 5월19일 통과됐다.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된 '현수막 지정게시대 확충 지원사업' 예산으로 7억6000만원도 확보했다.
조례 개정안에는 ▲정당 현수막이라도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는 경우에도 현수막의 개수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비방의 내용이 없을 것의 3가지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에서는 해당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을 위배한다며 지난 6월5일 인천시에 재의 요구를 했다.
그럼에도 시는 시민의 안전과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예정대로 조례를 6월8일자로 공포했다.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 난립문제가 터져 나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각 지역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접 조례를 개정하고 일제 정비를 단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자 행안부는 대법원에 조례안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시는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현재 공포된 조례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효력이 정지되기 전까지 일제 정비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군수·구청장 협의회에서 정당 현수막 난립 방지를 위한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고 주요 정당의 각 시당에도 자진 정비를 요청했다. 특히 정당 현수막의 경우에는 각 군·구에 마련된 공공 현수막 게시대에 설치하도록 했다.
이처럼 홍보·계도기간을 거쳐 시는 이달 12일 연수구를 시작으로 일제 정비에 나선 것이다.
현수막 청정도시 인천을 꿈꾸며…
조례에 따라 정당 현수막의 지정 게시대 게시가 의무화되면서 시는 현재 지정 게시대 수요를 재조사 중이다. 부족한 지정 게시대를 확충해 정당 현수막의 설치를 그곳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현재까지 공공용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중구 9개, 연수구 14개 부평 122개, 옹진군 6개를 추가 신청했다. 시는 현수막 지정 게시대 확충 지원사업으로 확보한 예산 7억6000만원을 이달 중으로 교부할 방침이다.
게다가 불법 현수막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불법 현수막 실적에 따라 군·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현수막 일제 정비 추진 관련해 상위 3개 군·구 공무원에 포상금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조례 위반 현수막 일제 정비에 많은 시민이 호응하고 있다”며 “시민의 안전과 깨끗한 현수막 청정도시를 위해 군수·구청장들과 함께 노력할 계획이며 지역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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