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로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는 '신(神)의 아이'
▲ 영화 '가타카' 중 빈센트가 우주선에 탑승하는 장면.

“이 사람의 DNA를 갖고 다니면 어딜 가든 성공할 거야.”

유전자로 신분이 결정되는 미래 사회, 빈센트는 DNA 중개인으로부터 인공수정으로 완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제롬 모로를 소개받는다. 자연적으로 잉태되어 심장질환, 근시 등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빈센트는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입사하기 위해 제롬 모로의 유전자를 돈 주고 빌리기로 결정한다.

이선 호크, 우마 서먼, 주드 로 주연의 SF 영화 '가타카'(1997)는 영화 '트루먼 쇼'의 각본을 쓴 앤드루 니콜(Andrew Niccol)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재평가가 이루어져 수작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영화는 현란함으로 가득 찬 할리우드식 SF와는 거리가 먼 다분히 묵시론적이고 장중한 유럽식 SF의 맥을 잇고 있다.

 

우생학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

유전공학의 발달로 유전자 조작을 통한 '맞춤 아기' 탄생이 현실화된 미래, 유전자에 따라 '적격자'와 '부적격자'의 두 신분으로 나뉜다. 적격자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인간이고 부적격자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간이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자연적으로 태어난 '신(神)의 아이' 빈센트는 유전자 분석 결과 근시, 심장 장애 등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수명이 30살 정도밖에 안 된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래서 빈센트의 부모는 이번에는 인공수정으로 둘째를 낳는데 유전자 조작으로 우성인자만을 가진 완벽한 '맞춤 아기' 안톤이 탄생한다. 적격자인 동생 안톤은 모든 면에서 부적격자인 형 빈센트(이선 호크)를 앞선다. 그래서 빈센트는 동생에 대한 열등감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우생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 미래 사회는 유전자 검사로 적격자,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그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빈센트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게 꿈이지만 부적격자라서 가타카에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청소부로 취직하는 것밖에 없다. 청소부로 일하던 중, 빈센트에게 정해진 운명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 빈센트는 DNA 중개인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졌지만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수영선수 제롬 모로(주드 로) 소개받는다. 빈센트는 제롬의 소변, 혈액, 머리카락 등을 빌리고 콘택트렌즈를 끼고 다리 늘리는 수술까지 받으며 제롬 모로의 신분으로 위장한다. 신분을 속여 가타카에 입사하는 데 성공한 빈센트는 가장 우수한 인재로 평가받으며 토성의 위성 타이탄 비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우주 비행을 일주일 남겨놓고 감독관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관들의 수사가 진행되고 빈센트는 복도에 흘린 속눈썹 때문에 신분이 노출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살인범이 잡히면서 빈센트는 살인범의 누명을 벗고 무사히 우주로 떠난다. 꿈에 그리던 우주로….

19세기 말 등장한 우생학은 유전적으로 우월한 인간은 생산하고 열등한 인간은 제거하여 인류라는 '종'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 학문이다. 우생학은 과거 미국에서 수천 명에게 불임을 강제하는 엄청난 비극을 양산했다. 오늘날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라는 최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더 강력해진 형태의 우생학인 초인간주의운동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초인간주의 사상의 신봉자들은 인간이 그 초월적 능력으로 새롭고 더 뛰어난 종인 호모 에볼루티스(Homo Evolutis, 진화적 인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가타카'는 우생학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현대적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희(SIHI) 영화에세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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