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레플리컨트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중 블레이드 러너 k의 모습.

“태어난 존재는 영혼이 있지 않을까요?”

블레이드 러너인 레플리컨트(복제인간) k 경관은 구형 레플리컨트가 낳은 아이를 찾아내 제거하라는 국장의 지시에 이렇게 말한다. 태어난 레플리컨트를 퇴역시킨 적은 없다면서…. 국장은 레플리컨트의 임신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며 그 흔적을 전부 다 지워버리라고 k에게 지시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는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주연에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SF 영화이다.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으로 30년 후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세계를 실감이 나게 그려내었다. 영화는 판타스틱한 감각적 비주얼과 반전이 돋보이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여 2017년 최고의 영화로 손꼽힌다.

 

k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

월레스 회장은 파산한 타이렐 사를 인수해 순종적인 레플리컨트 신모델을 제작한다. 일련번호 KD6-3.7의 신모델인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는 임무 수행 중 죽은 고목 아래 묻혀 있는 상자를 발견한다. 그 상자 속에는 젊은 여성의 유골과 머리카락이 들어 있고 검사 결과 유골의 주인이 30년 전 블레이드 러너였던 데커드란 남자와 도망친 레이첼이라는 구형 레플리컨트임이 밝혀진다. 레플리컨트의 임신 사실이 사회적으로 가져올 큰 혼란을 예상한 경찰국 국장의 지시에 따라, k는 관련된 모든 흔적을 제거하기 위해 아이의 행방을 추적한다. k는 죽은 고목 밑동에 새겨진 '6 10 21'이란 숫자를 보는 순간 목각 말 장난감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발에 '6 10 21'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는 목각 말을 손에 든 어린 소년이 남자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고 불 꺼진 화로 속에 그걸 숨기는 기억이다. k는 이게 만들어진 기억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 아이가 거쳐 간 보육원에서 화로 속에 숨겨진 목각 말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이 바로 그 아이임을 확신한다.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은 k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k는 자신이 월레스 사의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 태어난 레플리컨트라는 데에 흥분한다. 데커드의 행방을 찾아 폐 카지노에 온 k는 그곳에서 숨어 지내는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만난다. 한편 우주 정복을 꿈꾸며 레플리컨트의 생식 능력에 집착해 온 월레스 회장은 번번이 실패하자 태어난 레플리컨트 아이를 찾아내 그 비밀을 풀려고 한다. 월레스 회장은 잡혀온 데커드에게 아이의 행방을 캐묻지만 데커드는 입을 다문다. k는 레플리컨트 저항군 리더를 만나고 레이첼이 딸을 낳았으며 바로 스텔린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k는 자신이 스텔린의 기억이 심어진 월레스 사의 제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k는 데커드를 구해내고 딸과의 만남을 성사시켜 준다. 그리곤 계단에 몸을 누인 채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숨을 거둔다. 죽는 순간, 옳은 일을 위해 죽는 게 가장 인간다운 일임을 되새기며….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이어 2002년 12월에는 미국의 클로네이드라는 단체가 최초로 복제인간 탄생 소식을 발표해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그 진위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인간 복제 시대가 열리리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제 인간 복제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 윤리와 도덕의 영역으로 확장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정체성 문제를 건드린다. 인간이 레플리컨트보다 더 인간답지 못한 것은 인생의 비극 아닌가.

/시희(SIHI) 영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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